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상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바깥에 내놨던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똥이 튄 것으로 조사됐다. 불은 실외기 주변에 쌓여있던 쓰레기에 옮겨 붙었다.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34도를 기록했다. 소방 관계자는 “온종일 가동됐던 에어컨 실외기 모터는 섭씨 70도가 넘었다”면서 “실외기에 연결된 전선피복이 녹아서 벗겨졌고, 전기합선이 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상가에서 500여m 떨어진 단독주택에서도 불이 났다. 에어컨과 실외기를 연결한 전선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10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에어컨 실외기 화재’가 빈발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냉방기기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만 18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65%(121건)은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한 화재다. 작년 같은 기간 발생한 ‘에어컨 실외기’ 화재는 75건으로, 올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에어컨 실외기’ 화재를 들여다보면 전선 접촉불량 등 설치환경으로 인한 사고가 29.8%(35건)로 가장 많았다. 실외기 발열·기기노후화에 의한 화재는 23.9%(27건), 담배꽁초 등에 옮겨 붙은 경우는 13.4%(15건)였다.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 내놓은 실외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15일 부산 강서구 신호동 17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전기합선으로 인한 불이 났다. 지난 6월 17일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17층 아파트에서 다용도실에 설치한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나서 주민 55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번에도 이음부 접촉불량이 원인이었다.
신대섭 마포소방서 화재조사관은 “실외기를 벽에 바짝 붙여, 통풍이 되지 않아 불이 나는 경우가 많다”며 “에어컨 실외기는 벽체와 10c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해 통풍이 원활하도록 하고 실외기 주변에 인화성 물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안전 전문가들은 △이음부 없는 단일 전선으로 에어컨 실외기에 연결하고 △실외기에서 소음이 심하게 날 경우 점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실외기 근처에 먼지·낙엽 등의 이물질은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외기 주변 흡연행위는 금물이다.
아래는 에어컨 실외기 화재에 대한 한국소비자원 가이드 라인
-에어컨의 실외기는 벽체와 10c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한다.
-실외기의 전원선은 이음부가 없는 단일 전선으로 설치한다.
-에어컨 가동 시 실외기 연결부 전선의 훼손 여부 등 상태를 확인한다.
-실외기의 바닥에 설치된 방진고무가 부식·파손되는 경우 즉시 교체한다.
-실외기 팬이 작동되지 않거나 실외기에서 과도한 소음이 발생될 경우 즉시 점검을 받는다.
-전문 청소업체를 통해 실외기의 내부를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실외기의 주변 이물질은 주기적으로 청소한다.
-담뱃불은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실외기 주위에서 흡연을 하지 않는다.
-실외기 주위에 불에 탈 수 있는 물품을 보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