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나 회갑잔치 기념사진은 주인공을 가운데 두고 가족·친지가 나란히 서서 정면을 바라보고 찍는 경우가 많다. 사진 잘 나왔는지 한번 보고 다시는 안 보게 되는 사진들이다. 최근 이런 기념사진 대신 누가 몰래 찍은 것처럼 사진을 찍는 이른바 '파파라치 스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끔 멀리서 연출되지 않은 모습을 촬영한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강혜경(33)씨는 지난 4월 딸의 돌잔치를 하며 파파라치 스냅 작가에게 사진 촬영을 맡겼다. 사진작가는 잔치 내내 눈에 띄지 않도록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줬다. 강씨는 "일반 돌잔치 사진은 인위적으로 연출해서 딱딱한데, 파파라치 형식으로 찍으니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아도 돼 편했다"며 "덕분에 가족들의 자연스러운 모습도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고 했다.

돌잔치 등 가족 모임 사진을‘파파라치 스냅’으로 찍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파파라치 스냅은 2010년대 초반부터 유행했다. 주로 연인들 데이트 사진이나 신혼여행 사진을 이렇게 찍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사진이 온라인으로 퍼지면서, 최근엔 잔치 사진도 기존의 기념사진 형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진을 전문으로 찍어주는 '베코스냅' 강상설 대표는 "몇 해 전만 해도 잔치 사진을 파파라치 형식으로 찍는다는 개념이 생소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의 스냅 사진작가들이 잔치 사진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잔치 파파라치 스냅 촬영 가격은 보통 30만~40만원이며 추가 상품을 함께 제작하면 60만~100만원까지 가격이 오른다.

스튜디오에서 주로 찍던 가족사진도 여행지에서 파파라치 스냅으로 찍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학생 이유진(24)씨는 지난달 말 가족들과 부산 해운대에 놀러 가 셀프로 파파라치 촬영을 했다. 바닷가에서 가족끼리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멀찍이 삼각대에 세워둔 카메라를 리모컨으로 작동해 찍었다. 이씨는 "그런 방식으로 찍으니 훨씬 자연스러우면서도 우리 가족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사진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