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용감했고, 겁을 상실한 이 쌍둥이는 급기야 공포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오싹한 느낌이 좋았어요. 무서운 얘기 들려줄 때 친구들 반응도 괜찮았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영화관에서 '공포의 수학 열차'(어린이 관람불가)를 봤는데 가상의 스토리가 이렇게 큰 공포를 줄 수 있다는 데 충격받았어요. 계속 빠져들었고, 직접 만들게 됐죠." 쌍둥이 공포소설가 양국일·국명(42)씨가 말했다.

최근 합심해 공포소설집 '지옥 인형'을 펴낸 두 사람은 지금껏 6편의 공포소설을 공동 집필해 발표했다. "쌍둥이 소설가라고 소개하면 한 번, 공동 공포소설을 쓴다고 하면 두 번 놀라죠."

부산 자택에서 만난 쌍둥이 공포소설가 양국일(오른쪽)·국명 형제. 형은 거미, 동생은 천재지변이 가장 무섭다고 했다. "밤 늦게 텅 빈 학교에 가보는 등 평소에도 공포를 느끼려고 노력한다"고도 했다.

이들의 원래 꿈은 공포영화 제작자였다.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계속 낙방했어요. 시나리오를 소설로 써서 인터넷 카페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더군요." 형은 2001년, 동생은 2002년 공모전에 당선돼 작가의 길이 열렸다.

2009년 단편집 '붉은 벽돌 무당집'부터 공동 집필을 시작했다. "따로 작업할 때보다 같이 쓸 때 반응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신선하고 화제몰이가 될 테니." 장편은 창작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한 뒤 한 사람이 집필하고, 단편집은 각자의 단편을 합쳐 낸다. 다만 공포엔 늘 금기가 있는 법. "누가 집필자인지 결코 밝히지 않아요. 어떤 작품은 호평을, 어떤 작품은 혹평을 받을 텐데 우애가 나빠질 수 있잖아요."

글에서 피와 살이 튀다 보니 눈총도 받는다. "왜 굳이 이런 것만 쓰느냐? 공포가 그저 잔인하기만 한 놀잇감은 아니에요. 공포에서 분리된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불현듯 자기 과거에서도 공포를 느끼는 게 사람이죠. 내가 참 무서운 행동을 했구나…. 공포는 사람을 막살지 못하게 합니다." 대부분의 공포물을 섭렵해 심드렁한 편이지만, 실제 상황은 여전히 형제를 오싹하게 한다. "신문 기사에 나오는 끔찍한 사건·사고에서 공포를 느껴요. 공포소설을 능가하는 엽기적인 일이 많죠. 그 감정은 어쩌면 혐오나 분노일지 모르겠네요."

형제가 집중하는 건 소재보다 "공포의 전달 방식"이다. "공포영화를 보여주듯 완급 조절만 잘해도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자신감. 이번 신작도 인형이라는 낯익은 소재로 승부를 걸었다. "어릴 적 갖고 놀던 인형을 잃어버린 경험이 누구나 있을 거예요. 거의 필연적으로 버려지는 존재와 상실감. 인간의 안 좋은 감정을 끌어낼 소재죠. 섬뜩하면서도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려고 했어요."

형 국일씨는 도깨비 얘기로 2016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을 거머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공포소설'이라 하면 어릴 적 할아버지께 듣던 무서운 전설이 먼저 떠올라요. 요즘엔 TV에서 '전설의 고향'도 안 틀어주는데 많이 아쉽죠. 어른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공포소설을 쓰고 싶어요."

이달 말 형제의 후속작 '유리 인형'이 나온다. "책이 잘 팔릴까? 이것도 공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