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근로시간 단축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방향이지만 탄력근로제 확대 등 연착륙을 위한 보완 대책은 차이가 크다. 일본은 기업 활동 보장과 함께 가지만 우리는 그저 또 하나의 기업 규제라는 길로 가고 있다. 일본 의회가 지난 6월 의결한 '일하는 방식 개혁법'에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신기술과 신제품 연구·개발은 초과 근로시간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고, 건설·의료·운전 등 대체 인력을 찾기 어려운 분야는 5년간 초과 근무 규제를 유예했다.

무엇보다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증가할 때 초과 근무가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 줬다. 프랑스, 핀란드, 포르투갈 등과 마찬가지로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우리는 노사가 합의해도 최장 3개월까지만 허용한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공장을 돌려야 하는 업체들, 밤샘 근무가 잦은 연구·개발직들의 근로 여건과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규제 아래에 놓인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경제부총리, 여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를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장관은 부정적인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에서 빠져나와 구인난이 벌어지고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경제는 고용 사정이 18년 만에 최악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2000년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설비 투자가 줄었다. 수출, 성장, 투자 모두 반도체 하나에 의존해서 버티는 처지다. 그렇다면 '일하는 방식'만이라도 일본을 앞서야 하는데 거꾸로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기본 내용을 바꾸자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유연성을 두자는 이 합리적인 생각도 이 정부에선 통하지 않는다. 이렇게 5년을 간 결과는 나중에 한·일 두 나라에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