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생 열 명 중 여덟 명이 고등학교를 '사활을 건 전장(戰場)'이라고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일 '저신뢰 각자도생 사회의 치유를 위한 교육의 방향' 보고서에서 "작년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4국 대학생을 국가별로 1000명씩 설문 조사한 결과 고교에 대한 인식 차가 컸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설문은 각국 대학생들에게 '함께하는 광장' '거래하는 시장' '사활을 건 전장' 등 세 가지 이미지 가운데 고교와 어울리는 이미지를 고르게 했다. 그 결과 한국 대학생은 응답자의 80.8%가 사활을 건 전장을 택했다. 함께하는 광장은 12.8%, 거래하는 시장은 6.4%에 불과했다. 고교가 좋은 대학을 목표로 높은 등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중국, 일본, 미국 대학생이 자국 고교의 이미지로 전장을 택한 비율은 각각 41.8%, 13.8%, 40.4%에 머물렀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대학생들의 사회적 신뢰는 (4국 가운데) 가장 낮았고 교육 경쟁이 가정 배경 등 영향으로 공정하지 않고 부모 경제력이 명문대 진학에 큰 영향을 주고, 명문대를 나와야 성공한다는 인식도 강했다"고 했다.

보고서는 "전체 한국인의 타인에 대한 신뢰도도 지난 30년간 현저히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판단에 1981~1984년에는 한국인의 38%가 동의했는데 2010~2014년에는 27%만 동의해 11%포인트 하락했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같은 기간 이 비율이 57%에서 62%로, 독일은 31%에서 45%로 올랐다. 노르웨이와 핀란드도 같은 기간 이 비율이 5~10%포인트 올랐다. 일본은 41%에서 39%로 2%포인트, 미국은 43%에서 35%로 8%포인트 하락했다.

보고서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경쟁 위주 교육 환경을 바꾸려면 수업 방식을 강의 위주(수직적)에서 토론과 프로젝트 해결 중심(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작년에 광주과학기술원에서 강의 위주의 수업 대신 학생들의 상호 토론을 강조하는 수평적 수업을 실시한 결과, 학생 간 교류와 신뢰가 현저히 늘어나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