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북 영양군에서 경찰관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백모(47)씨는 조현병 환자였다. 경찰에 따르면 백씨는 2011년 환경미화원을 다치게 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최근에도 노모를 폭행하는 등 난동을 피워 경찰이 수차례 출동했다. 그러나 그를 관리해야 할 지역 보건소에선 정작 이 사실을 몰랐다. 백씨가 정신병력과 퇴원 사실을 지역에 알리는 데 동의하지 않아, 통화나 방문 등 사후 관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최근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조현병 환자들에 의한 범죄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퇴원하는 조현병 환자가 자해·타해 위험이 있거나 치료 중단 시 재발 위험이 큰 경우, 본인 동의 없이도 퇴원 사실을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도록 제도를 고치기로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조현병으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사람은 2013년 11만3280명에서 지난해 12만70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라도 약만 꾸준히 먹으면 극단적인 상황에 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병의 특성상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알더라도 날마다 약을 먹는 것을 번거롭게 생각해 중단으로 이어질 때가 잦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본인 동의 없이도 중증 정신병력으로 인한 입·퇴원 사실을 지역 보건소나 센터에 전달해 주기적으로 방문 관리하고, 생활급여 등 복지 혜택도 꼼꼼하게 챙길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유명무실하다고 지적받았던 '외래치료명령제'도 손보기로 했다. 현행법으로도 입원하기 전 자해 또는 남을 해친 전력이 있는 정신질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치료받도록 명령할 수 있다. 다만 보호자 동의를 얻어 의료기관장이 시·군·구청에 청구해야 한다.

앞으로는 보호자 동의가 없어도 외래치료를 명령할 수 있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데도 자의로 입원하지 않고 보호자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입원시키는 '행정입원'도 가능하다. 스스로 통원하며 치료받던 환자 중에서도 불규칙적으로 치료받거나 치료를 멈춘 경우에도 외래치료명령을 할 수 있다. 의사가 통보하면 시군구청장이 직권으로 명령하도록 해 입원 후 퇴원하는 환자와 동일하게 관리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도 늘리기로 했다. 기존엔 한 사람이 정신질환자 70~100명을 관리했다. 복지부는 2022년까지 전문 인력 1455명을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가 없는 15개 시·군·구에 센터를 모두 설치해 인프라를 확대하고, 2022년까지 직원 1인당 적정 환자 수인 25명 수준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여전히 조현병 환자를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외래치료명령을 받고도 환자가 치료에 응하지 않는 경우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도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엔 환자들이 개인 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행정기관에 정신병력을 전달하는 걸 꺼렸다. 정신병을 앓았다는 '주홍 글씨'가 취업 등에 불이익으로 작용할까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 홍정익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건강보험공단에서 관리하는 정신병력과 치료 내역은 다른 정부기관이나 기업에서 절대 알 수 없다. 정신병력뿐 아니라 어떤 병력을 가졌더라도 취업에서 불이익 받을 확률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