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헌법(憲法) 제정 70주년인 17일 "정치 파행의 악순환은 모든 힘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현재의 권력 구조에 있다"고 말했다. 국민 80%가 개헌에 찬성하는 만큼 "국회는 국민의 개헌 요구에 반드시 응답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실질적 대통령 9명은 선출된 군주처럼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하며 독단과 독선을 일삼았다. 그 결과가 모든 대통령의 말년 불행이다. 예외 없이 감옥에 가거나 목숨을 잃거나 만신창이가 됐다. 예외가 없다는 건 사람보다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있는 작지 않은 나라가 어떻게 대통령 한 명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히듯이 쉽게 뒤집힐 수 있나. 대통령 한 사람의 개인적 편견, 오해, 취향, 협량이 여과 없이 국정에 투영되고 모든 국가 조직과 법·제도가 그에 맞춰 줄 서고 재편되는 이 거듭되는 반전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어디로 끌고갈지 알 수 없다. 소상공인들이 비명을 질러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강행하고, 정체불명의 소득 주도 성장을 고집한다.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충견(忠犬)으로 나서는 것도 과거와 다를 게 없다. 국가 백년대계인 원전(原電)까지 5년 정권이 마음대로 없앤다고 한다. 마치 나라를 제 소유물로 여기는 듯하다.
이제는 전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는 일이 '제도화'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그 상황을 막기 위한 기존 정권의 권력 재창출 몸부림이 또 우리 사회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울지도 모른다. 대통령 권력 분산은 시대적 당위다. 한국 정치의 죽기 살기 싸움을 끊기 위해서도 서둘러 개헌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얼마 되지도 않는 표를 지킨다며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약속을 깼다.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 분산 핵심 조항이 빠진 이상한 개헌안을 내놓았다.
권력이 집중되면 미움과 갈등도 몰리게 된다. 분권을 해야 한국의 살길이 열린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특히 대통령 권력 분산과 지방 자치 두 사안에 대해선 정당 간 이견도 크지 않다. 민주당도 대통령 권력 분산 자체는 동의한다. 당분간 큰 선거가 없어 여야가 개헌 논의에 집중할 수 있는 지금이 좋은 기회다. 대통령의 제왕적 인사권을 분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절충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수많은 논의를 거쳤다. 이번에도 허송세월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