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장들 7일 비공개 회의... 대법원장 불참
고법 부장판사 등 고참 법관들 "형사고발 반대"
지법 단독·배석 등 젊은 법관들 "엄정 수사 필요"
외부인사 섞인 대법원장 자문기구, 고발에 무게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검찰 손에 맡길지 고심 중인 가운데 7일 열리는 전국법원장간담회가 형사고발 여부를 가를 분수령으로 꼽힌다.
6일 대법원에 따르면 각급 법원장들은 7일 오전 10시부터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관련 현안에 대한 토의’를 안건으로 간담회를 연다. 특별조사단 단장을 맡았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등 총 36명이 참석한다. 김 대법원장은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며, 간담회 진행은 비공개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생각을 들으려는 자리여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법부 최고참 법관이자 각급 법원 사법행정의 책임자들이 모이는 간담회에서는 형사고발에 대한 신중론이 우세할 것으로 점쳐진다. 법원 내부의 문제를 검찰이 수사한 전례가 없는데다, 사법부 수장이 고발 주체가 될 경우 향후 이어질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을 앞두고 ‘유죄’의 예단을 심어줬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원 스스로 사태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도리어 사법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재판경력 15년 이상의 고위 법관들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도 5일 회의를 갖고 "향후 관련 재판을 담당하게 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며 형사고발 반대로 의견을 모았다. 같은 법원 고법판사들도 지난 4일 수사 필요성을 논의했지만 의결내용에 ‘수사’는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단독·배석 등 젊은 판사들은 검찰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주장해 왔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배석 판사, 단독 판사들은 지난 4일 회의를 열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같은날 서울가정법원의 단독·배석 판사들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의정부지법과 인천지법, 대구지법 단독판사 등도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힘을 싣기 위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부합하는 듯한 판결들을 추려 설득도구로 쓰려 했다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 문건들도 변수다. 법원행정처는 5일 특별조사단이 조사보고서에 인용했거나 언론 등이 의혹을 제기한 문건 98개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이 공개되면서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이들 문건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회의를 5시간여 앞두고 공개됐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회의 및 각계 의견을 종합해 형사상 조치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날(5일) 김 대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서는 일부 신중론도 있었지만 검찰 수사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11일 열린다.
김 대법원장의 결정과 무관하게 검찰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진상조사 과정의 위법성 논란으로 각각 고발돼 전·현직 대법원장이 나란히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현재까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접수된 고발사건만 10건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