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말 '민중 총궐기' 시위를 과잉 진압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서울 도심 시위는 거의 테러 수준이었다. 경찰관 100명이 다치고 경찰 버스 50대가 파손됐다. 시위에 참가한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 물대포를 맞은 후 사망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불가피한 법 집행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경찰은 정권이 바뀌자 진압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청와대가 이 사건을 '적폐'로 언급하자 검찰이 구 전 청장 등을 기소했다. 경찰관 1만명이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탄원했지만 소용없었다. 재판에선 검찰이 기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의문을 갖게 하는 일이 여럿 드러났다. 이런 적폐 소동 속에서 그래도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이 하나 나왔다.

정부는 지난 4일 경찰과 소방관 등 제복 입은 공무원에 대한 폭력 행사를 자제해 달라는 대(對)국민 호소문을 냈다. 최근 3년 공무 집행 과정에서 2000명 넘는 공무원이 부상했다. 취객이 여성 소방대원을 폭행해 숨지게 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정부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가 의문이다. 3년 전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민노총 위원장은 가석방으로 출소하자마자 "통 크게 다시 해보겠다"며 개선장군 행세를 한다.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 불법 시위꾼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경찰관이 순직한 용산 참사 사건은 경찰 진압이 정당했는지 또 조사하고 있다. 자기들 손으로 '불법 폭력'에 줄줄이 면죄부를 줘놓고 이제 와 "제복을 지켜달라"고 한다. 이 위선적 담화문에 현장 경찰관들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