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로버트 에드워드 박사에 의해 시험관 아기(IVF) 및 배아의 자궁 내 이식술(IVF-ET)이 개발된 지 40여 년째다. 국내에서는 매년 1만 9000여 명이 난임 시술로 새 생명을 얻고 있다. 이들 중 약 40%(한해 8000여명)가 마리아병원에서 난임 시술로 잉태된 생명이다. 마리아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연간 2만건 이상 시행하는 세계 5대 난임 센터 중 하나다"라며 "마리아병원 외 중국의 상야병원과 북경대학 제3병원, 일본의 카토여성병원, 스페인의 IVl센터 등이 있다"라고 말했다.
마리아병원은 1967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산부인과로 시작해 1989년 의원급 최초로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하고, 국내 난임 시장에서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임진호(64·큰 사진) 마리아의료재단 이사장에게 성장 비결을 들었다.
―'마리아'라는 병원 이름이 독특하다. 종교적인 의미가 있나.
"종교적 의미는 없다. 모친은 산부인과 의사였고 부친은 소아과 의사였다. 50여년 전 부모님이 병원을 개원할 때 이름을 고민하다가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떠올리며 '엄마와 자식'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마리아'라고 정했다고 한다."
―1989년부터 난임 시술을 시작해 지난 29년간 10만 명 이상 시험관 아기를 태어나게 했다고 들었다. 동양에서 가장 많이 시술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난임 시술을 많이 하는 난임 센터가 중국에 있다. 후난성 창사시에 있는 상야병원인데, 연간 3만 사례 넘게 시술한다. 최근 중국이 두 자녀 정책을 도입하면서 열 군데의 난임 센터가 연간 1만 사례의 난임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29년째 오로지 난임 시술만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한때 분만 진료를 해볼까? 생각해본 적이 있었지만 잘할 자신이 없었다. 한 가지 분야도 연구·개발하는 것은 벅찬 일이다. 난 난임 시술밖에 모른다. 앞으로도 난임 시술만 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이어온 난임 시술의 전문성을 계속 지키고 싶다."
―마리아병원이 난임 시술을 많이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국 곳곳에 분원을 만들었고, 실력 있는 후배들이 지방 분원으로 내려가서 진료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덕분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시술비용도 한몫했다. 그리고 병원시스템을 오로지 난임 시술을 받는 환자 입장에서 설계했다. 실제로 환자들에게 진료 시스템이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의 예로 우리 병원은 임신 확인과 시술 전 호르몬 검사를 위해 피검사를 할 뿐, 난포 성장 추적을 위한 피검사는 진행하지 않는다. 이는 초음파를 의사가 직접 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피검사를 자주 할 경우 병원에 가야 하는 횟수가 늘고, 오후에 결과를 듣기 위해 아침 일찍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사회생활로 바쁜 환자들의 병원 방문 횟수를 최대한 줄여주고, 절차와 방법이 간단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마리아병원은 정자·난자·배아가 바뀌는 사고를 방지하고자 혈관인식 시스템(가디언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고 들었다.
"혈관인식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3년 걸렸다. 사실 난임 병원 배양실에서는 사고가 거의 없다. 정자·난자·배아 등을 이중으로 체크하기 때문에 거의 틀림이 없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테면 배아 이식할 환자를 호명할 때 이름이 비슷한 경우, 연구원이 교대할 때에도 혼돈이 올 수 있다.
혈관인식 시스템에 환자의 손등 혈관을 저장해 환자의 생식세포(정자·난자)와 배아의 혼입(混入)을 방지하고 있다. 시스템은 QR 코드를 사용해 본인임을 확인하기 때문에 전자파 위험이 없으며 안전하고 정확하다. 외국의 난임 센터에서는 이 시스템을 이용할 때 환자 부담금이 있지만, 마리아병원에서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전국 10군데 마리아병원 분원(서울 3곳·일산·부천·평촌·수지·대전·대구·부산)이 모두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별한 경영노하우가 있나.
"의사는 '나 아니면 안 된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후배의사에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 된다. 또 관계가 끈끈해야 한다. 마리아병원 의사들의 유대감은 남다르다. 의술적 경험과 지식을 자주 공유하며 서로 배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정 분원에서 일하는 것만 선호하지 않고, 어느 분원에서 일해도 최선의 진료를 하는 의사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난임 시술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국에서 난임 시술을 하는 의사들의 실력은 뛰어나다. 다만, 세계에서 한국 난임 시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난임 시술 비용을 내세워 경쟁해야 한다. 일부 유럽이나 호주 등 무료로 난임 시술을 제공하는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난임 시술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미국은 난임 시술 시 약값까지 1만5000~3만불(한화 1600~3300만원) 선으로 환자에게 부담이 된다. 또한 똑같은 약이라도 한국보다 3배 더 비싸다. 영국은 시술이 무료지만 시술을 받기 위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한시라도 시술이 급한 난소기능저하 환자가 6개월을 기다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에선 아무리 유명한 의사라도 하루 안에 만날 수 있다."
―이제 난임 시술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 시험관 시술처럼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는 의료분야에서는 보험공단에서 바로 적용 안 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보험공단에서는 신기술이 빠르게 들어오는 난임 분야는 개별 심사를 해서라도 '비급여'로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을 더 줄여야 하고 시술 지원 횟수, 나이 제한 등을 좀 완화해 주길 바란다. 이스라엘처럼 둘째 아이까지 지원하기는 어렵겠지만 첫째 아이는 무제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전국적으로 난임 전문클리닉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가운데 마리아병원만의 강점이 있다면.
"후배의사들에 '환자를 절대로 돈으로 보지 마라'고 조언한다. 수입만 쫓는다면 과잉진료가 될 수 있다. 사실 난임을 시술하는 의사라면 누구라도 난임 병원을 개원할 수 있고, 돈만 있으면 장비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병원을 찾는 난임 부부들의 사정을 더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의료진과 배양연구원의 경험, 자질, 양심이다. 난임 치료는 정확한 진단 하에 개개인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효과가 있다. 마리아병원은 우수한 의료진과 연구진, 난임 환자의 눈높이에 맞춘 진료,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을 갖춰 임신 성공이라는 목표를 넘어 원칙을 지키는 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