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따라왔다"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질소 충전으로 부풀어 오른 과자 비닐봉지에 과자는 조금만 들어 있는 걸 비꼰 말이다. 2014년엔 대학생 세 명이 과대 포장 문제에 항의하며, 봉지 과자 160개로 2인용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900m가량 노 저어 건너는 퍼포먼스를 벌인 적도 있었다. 과자 과대 포장에 대한 문제 제기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이어졌지만 제과 업계들은 꿈쩍도 않고 있다.
현행 법령상 과자 비닐봉지의 빈 공간 비율은 35% 이내여야 한다. 과자가 65% 이상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본지가 의료기기 제조 업체 '디알텍'에 의뢰해 시판 감자칩(허니버터칩·포테토칩·스윙칩)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에서 X-레이로 촬영한 결과, 과자 용량은 50% 안팎 수준이었다. 질소 비닐봉지 외에 종이박스와 비닐 등으로 이중 포장된 과자나 식품은 빈 공간 비율이 20~ 25%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규정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질소 충전이 필요 없는 냉동식품(동그랑땡·왕만두)은 내용물이 50~60%에 그쳤고, 비닐로 개별 포장한 뒤 상자에 넣어 이중 포장한 과자(빅카라멜콘초코·오레오·빼빼로·예감·빅파이)들은 절반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작년 한 해 국내 스낵 과자·비스킷 매출액은 2조4465억원이다. 과자 한 봉지에 2000원씩 잡으면 연 12억2325만개 팔려, 폐비닐 발생량이 1만2232t(감자칩 비닐 봉지 10g 적용)이나 된다. 이렇게 과대 포장된 비닐봉지는 대부분 소각장에서 태워져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비닐봉지 사이즈를 지금보다 3분의 1만 줄여도 폐비닐을 연간 수천t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과자 과대 포장에 대한 규제는 환경부가 2013년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 때 제과 업계가 이 규정을 지키는지 정부·지자체 검사를 의무화한 규정은 없다. 규정 위반 시 과태료(1~3회 적발 시 100만~300만원)를 물리도록 돼 있지만 1년에 한두 차례 명절 선물 포장 단속 외에 과자 과대 포장에 대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총장은 "허술한 규정도 문제지만 기업들이 법 규정을 무시하는 것도 큰 문제"라며 "과대 포장은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