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4·27 남북 정상회담으로 외교·안보 분야에선 후한 평가를 받았지만, 정치 분야에선 평가가 많이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반 지난 정부를 타깃으로 하는 '적폐 청산'을 전면에 내세웠고 지지층의 큰 지지를 받았다. 반면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적폐 청산을 앞세우면서 국회 및 야당과의 협치(協治)에는 무관심했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적폐 청산을 1년 내내 하면서 지지자들의 호응은 얻었지만 '선별적 적폐 청산'으로 사회 통합보다는 진영 간의 갈등과 대립은 더 심해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1번은 '적폐 청산'이었고, 그 중심에는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이 있었다. 검찰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적폐 청산 수사를 더 확대했다. 지난 3월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적폐 청산 수사로 구속된 사람은 53명에 달한다.
부처마다 적폐 청산을 목표로 한 위원회 또는 TF(태스크포스)를 꾸리면서 그 수가 30여개에 달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참여한 황우여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25명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수사 의뢰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김영석 전 장관 등을 수사 의뢰했다.
야당은 "나라가 '위원회 공화국'이 됐다"고 비판했다. 각종 위원회가 전(前) 정권, 전전(前前) 정권에서 있었던 정책 대부분을 적폐로 몰고 그 책임을 일부 실무 공무원들에게까지 묻는 상황으로 번지자 문 대통령은 "공직사회가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해달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적폐 청산이 관행으로 여겨지던 악습을 없애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 인사들은 "청와대를 비롯한 각 기관이 '쌈짓돈'처럼 쓰던 특활비 사용이 문재인 정부 들어 전보다 투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의 부재(不在)'로 인해 문 대통령이 주요 개혁 과제로 제시했던 '개헌'이나 '권력기관 개편'은 무산되거나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1월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편안'을 직접 발표했지만, 관련 논의는 국회에서 막혀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도 진척된 게 없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6월 개헌'도 무산됐다.
대부분의 개혁 과제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입법 사안이었지만, 야당들은 "정부와 청와대가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하려 하지 않고 무시한다"며 '야당 패싱'을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여야 대표들을 4차례 청와대로 불러 회동했지만,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차례 불참했다. 홍 대표와의 영수회담은 지난달에야 처음 이뤄졌다. 물론 여당은 "야당이 정부 발목 잡기에만 혈안이 돼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 개헌도 권력기관 개편도 모두 야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야당 패싱' 논란과 달리 청와대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 직접 소통에 공을 들였다. 청와대가 작년 8월 홈페이지에 만든 국민청원 게시판엔 8일까지 18만2000건이 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하루 평균 600건이 넘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하고, 청와대 경호·군사 목적 등으로 통제했던 인왕산 지역도 개방했다. 하지만 "수시로 하겠다"고 했던 대국민 기자회견은 지난해 취임 100일 때와 올해 초 두 번만 열렸다.
민주당 내에선 문재인 청와대가 이전 정권에 비해 '당정 협의'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선 주요 정책을 여당에 통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실제 사전에 만나 협의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국회가 마비된 건 예전과 다르지 않고, 집권 여당은 '청와대 출장소' 소리를 듣고 있다"며 정반대의 평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