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전문 카페 '공차'는 2012년 국내 첫 매장을 냈다. 그로부터 7년 새 전국 매장이 380여 개로 늘어날 만큼 인기가 높다. 이 업체는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의 뚜껑을 없애는 대신 컵 입구에 비닐을 덮어 밀폐하는 방식의 용기를 사용한다. 업계 내에선 "'차는 들고다니며 마시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호평이 자자하다. 그러나 이 일회용 컵은 재활용 측면에서는 '최악'으로 꼽힌다. 한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공차처럼 밀폐하기 위해 플라스틱 컵에 비닐을 압착해버리면 칼로 뜯어도 완전히 분리해 내기 불가능하다"면서 "재활용이 전혀 안 되는 제품"이라고 했다. 공차가 인기를 얻게 된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밀크티 전문점들은 대부분 이처럼 재활용이 불가능한 밀폐 비닐을 사용하고 있다.
음료 전문점이 늘어나면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회용 컵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환경부가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회용 컵 사용량은 2015년 기준으로 257억 개에 달한다. 커피 전문점과 자판기 컵 등 모든 일회용품 컵들을 합한 추정치다. 그러나 이는 추산치일 뿐이다. 정확한 사용량은 정부도, 재활용업계도, 업체들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폐기물 선별업체 관계자는 "일회용 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이 아니어서 생산량이나 재활용량을 집계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정부도 제대로 된 수치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2000년 이후 커피 전문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체감상 일회용 컵의 사용량도 감당할 수 없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일 수도권의 한 재활용 업체 창고에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브랜드명이 적힌 종이 상자 수백 개가 쌓여 있었다. 이 업체는 수도권의 대형 커피·패스트푸드 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일회용 컵만 전문적으로 분류·선별하는 재활용 선별장이다. 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총 18개 브랜드, 2240개 매장의 일회용 컵들이 매일 5~6t가량 이곳으로 들어온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회용 컵 개당 무게를 10g으로 치면 50만 개 이상 반입되는 셈"이라며 "그러나 이들 매장에서 테이크아웃으로 나가는 일회용 컵은 이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은 많을 것"이라고 했다. 테이크아웃된 일회용 컵들은 대부분 길거리 쓰레기통 등에 버려져 재활용률이 5%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색깔이 입혀진 일회용 컵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재활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계절에 따라 색상을 달리한다고 해서 '계절 컵'이란 이름이 붙거나 '색깔 종이컵'으로 불린다. 문제는 이 화려한 색상의 일회용 종이컵은 대부분 컵 표면에 색상이 인쇄되는 방식으로 제작돼 추후 재활용을 하려면 화학약품을 넣어 색상을 빼야 하는 별도 공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한 선별업체 관계자는 "인건비와 처리비가 더 많이 드는 반면 우리가 재활용품 제조업체에 팔 때는 흰 종이컵의 25% 가격(㎏당 60원)에 판다"면서 "차라리 소각시키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종이컵에 굳이 화려한 색을 넣을 필요가 없는데도 커피 전문점에서 마케팅을 위해 색깔이 들어간 컵을 쓰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마케팅은 성공적일지 모르나 환경에는 문제"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박은호 차장, 채성진·김정훈·김효인·이동휘·손호영·권선미·허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