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16일 만찬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미첼 바첼레트(Bachelet·67·사진) 전 칠레 대통령은 비극적인 가정사를 딛고 대통령을 두 번 지낸 여성 정치인이다.
그녀는 칠레 의대 3학년 때인 23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공군 장성이던 아버지 알베르토 바첼레트는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 군사정권에 항거하다가 고문을 받고 후유증으로 1974년 옥사했다. 그녀와 어머니도 고문을 받고, 1976년 호주로 추방됐다. 그녀는 호주·독일에서 3년간의 망명 생활을 마치고 1979년 소아과 의사가 돼 귀국, 2000년 보건장관, 2002년 중남미 최초 여성 국방장관에 이어 2006년 중도좌파연합 소속으로 칠레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됐다. '복수의 피바람'이 불 거라는 예상과 달리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반대파를 포용하고 아버지를 죽인 군부와 관계 회복을 도모했다. 그녀는 국민들에게 '아코헤도르(푸근하다는 뜻의 스페인어) 대통령'이라 불리며 국가 통합의 아이콘이 됐다.
중도 좌파 소속이었지만 자유시장 경제 원칙 아래 전임 보수 정권의 개방 경제체제를 견지했다. 건설 사업과 광산 개발 등 경기 부양책에 힘을 쏟았다. 세 자녀를 둔 싱글맘이었던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갖고 보육시설과 유아학교를 확충했고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동시에 높였다.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2010년 3월 퇴임 시 지지율 85%를 기록했지만 연임 제한 규정에 걸려 국내 정치를 떠나 국제연합(UN)여성기구 총재로 활동했다. 칠레 국민들은 통합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바첼레트를 잊지 않고 2014년 대통령으로 재선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