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팬들은 당분간 타자들의 등장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저작 인격권 관련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원만한 해결이 가장 좋은 길이었지만, 억대 소송으로 확전되는 판에 서로간의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소속 10개 구단은 저작 인격권 관련 구단 응원가 사용 이슈에 대해 법적 공동 대응을 진행한다”면서 “KBO 리그 야구 팬들이 느끼는 응원의 즐거움을 지키기 위해 함께 대처하기로 하고, 선수 등장곡 사용을 5월 1일부터 전 구단이 공통으로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4월 30일 공식 발표했다.

구단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저작 인격권 논란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 재산권과 저작 인격권으로 나뉜다. 재산권의 경우 이에 대한 해결이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KBO도 “해당 음원 저작권료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2003년부터,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한국음반산업협회에는 2011년부터 총 3개의 저작권 단체를 통해 원작자들에게 지급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격권은 복잡하다. 원곡을 훼손하거나, 원곡 의도와 다르게 편곡하면 문제가 소지가 남는다. KBO 리그 구단들의 선수 응원가는 대개 일정 부분 편곡하고 개사한다는 점에서 모두 저촉 여지가 있다. 2016년부터 이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옳다. 문제는 금액이다.

▶ 억대 소송 확대, 도대체 얼마를 원하나

현재까지 저작 인격권 관련으로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구단은 복수로 확인됐다. 나머지 구단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시차만 있을 뿐, 조만간 10개 구단 모두가 피소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구단과 아티스트의 합의가 우선이라던 KBO가 급히 판에 끼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각 구단을 고소한 법무법인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해당 아티스트들을 대표하는 법무법인마다 요구하는 금액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실제 지방 A구단의 경우는 법무법인 측에서 “21명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수당 3000만 원씩, 총 6억3000만 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10개 구단 전체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반면 수도권 B구단의 경우 5명의 선수 등장곡 및 응원곡을 상대로 선수당 1000만 원씩, 총 5000만 원을 요구받았다. 반대로 A구단에는 없는 은퇴 선수가 끼어 있는 게 특징이다. 대개 손해배상 청구는 2012년부터 2016년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이 법무법인은 한 은퇴 선수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사용한 저작권료를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곡의 선호도나 사용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가치를 어느 한 기준으로 재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저작권료 지불 또한 이런 문제 때문에 명확하게 정해진 기준이 없었다. 비교적 무난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으나 부르는 게 값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 손해배상청구, 구단은 왜 받아들일 수 없나

구단도 저작권에 대한 의식을 환기하고 있다.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지난해부터 위법적인 행동은 중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비싸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이런 아티스트 측의 자세가 원만한 합의를 가로막는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팬들의 여론이 무서워서 그렇지, 그냥 다 (문제가 없는 곡으로) 바꿔 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합의를 해도 상황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털어놨다.

각 구단들이 인격권 해결에 순수하게 사용하는 금액은 연간 1000만 원 안팎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저작 인격권만 따지면 연간 1000만 원이 안 되지만, 여기에 편곡이나 녹음 비용은 따로 들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그 정도 수준을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선수가 한 두명이 아니라 재산권 등 다른 비용까지 합치면 5000만 원이 넘는다. 단순한 응원가도 돈 문제가 다 걸려 있다. 구단은 팬들의 응원과 즐거움을 위해 이를 감수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선수당 1000~3000만 원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 과하고 합의하기 어렵다는 게 구단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실제 수도권 B구단의 한 스타급 선수는 현재 응원가에 3년간 300만 원에 합의를 봤다. 다른 간판급 선수는 해당 구단에서 뛸 때까지 쓰는 조건으로 총 500만 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이도 다른 선수와 비교하면 비싼 축에 속한다. 평균적인 금액은 100~200만 원 정도다.

해결되지 못한 사안에 대해서는 결국 선수 응원가를 바꾸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도 한다. 구단 관계자들은 “대개 원래 응원가를 이어가기 위해 합의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갑자기 응원가가 바뀐 선수들은 결국 아티스트 측의 완강한 자세에 구단이 합의를 하지 못한 경우”고 귀띔했다.

합의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직접 앉은 경험이 있는 한 실무자는 “선수의 중요성과 곡의 익숙함, 팬들의 성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른 선수보다는 많은 금액을 책정했다. 그런데 원곡자가 ‘아예 쓰지 말라. 돈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떠올렸다.

▶ 합의 가능성은 있나, 안 되면 어쩌나

법무법인 측에서는 저작권에 대한 대가 지불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해 고개를 젓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금액’과 ‘인격권’이 모두 법정 다툼의 소지가 있다. 일부에서는 “등장곡의 경우에는 음원 사이트의 미리듣기 서비스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전까지는 소극적이던 아티스트들을 규합해 억대 소송으로 확장시킨 특정 법무법인의 태도에 불만을 표하는 이도 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이런 논란을 일축하면서 저작권 보호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오히려 최대 프로스포츠 산업인 야구가 불법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법리적으로도 승소를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인은 “이슈가 꽤 오래됐는데 지금까지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무조건 법무법인이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일단은 합의점을 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하고, 구단들도 적정한 금액의 지불을 원하는 것이지 아예 안 내겠다는 심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법정싸움이 지저분하게 흘러갈 경우 현재의 손해배상청구와는 별개로 앞으로는 아예 원천 차단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를 테면 시간이 오래 흐른 클래식과 같은 경우는 저작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스럽다. 지난해부터 클래식 음악을 편곡한 선수 응원가가 크게 늘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응원단에서 자작곡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게 구단들의 이야기다. KBO의 깃발 아래 10개 구단이 모처럼 뭉쳤다는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