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현지 시각) 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미국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의 챙 넓은 흰색 모자와 흰색 정장〈사진〉이었다. 미 언론은 특히 군모(軍帽) 느낌도 약간 나는 '샤포(chapeau)'라 불리는 이 모자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예 "이날은 모자로 시작해서 모자로 끝났다"고 평했다.

멜라니아는 이날 좌우가 비대칭인 상의와 치마, 벨트를 모두 흰색으로 통일했다. 미국 패션 디자이너 마이클 코스의 의상으로, 2195달러(약 237만원) 정도 한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여기에 곁들인 모자는 그의 스타일리스트 에르베 피에르가 의상과 같은 직물(織物)로 직접 디자인해 만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멜라니아는 이날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기로 결심한 것 같다"며 "자신을 분명히 드러내는 흰색 모자를 쓰고, 마크롱 부부를 맞은 의도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분석했다. 영어 단어에서 '흰색 모자(white hat)'는 선의(善意)의 상징이자, '사랑스럽고 영예로운 사람'이란 의미도 지닌다. 미 서부극에서 주인공은 늘 흰 모자를, 악당은 검은 모자를 쓴다.

물론 멜라니아가 이런 의미 없이 모자를 썼을 수도 있다. 그러나 NYT는 "멜라니아는 흰색으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했다. 남편과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불륜' 사실이 터지고 나서 지난 1월 31일 남편 트럼프 대통령의 미 의회 국정연설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멜라니아는 재킷과 바지, 셔츠를 모두 흰색으로 입었다. 흰색은 멜라니아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고,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또 챙이 넓은 모자는 주변의 접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도 있다. 이날 트럼프는 아내에게 볼 키스를 시도했지만, 멜라니아의 '비협조'로 볼을 맞댈 수 없었다. 멜라니아는 키가 작은 마크롱의 볼 키스에는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뒤로 젖혀 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