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형(刑)을 사는 범죄자의 숨겨진 범죄가 뒤늦게 발견될 때가 있다. 의정부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최대두(가명·30)가 그런 경우다. 최는 여자친구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서울 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여기에 더해 그가 두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는 결정적인 단서가 최근 발견됐다. 지난 2일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구치소에 있던 최를 50km 떨어진 경기 의정부경찰서 진술녹화실로 끌고 왔다.

"2017년 7월. 렌터카로 야산에 갔죠?"(경찰)
"갔습니다. 다 알면서 뭘 물어보세요."(최대두)
"산속에서 당신 여자친구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살인하고 암매장했죠?"(경찰)
"기억 안 납니다. 형사님들… 고생 많으시네요."(최대두)

경찰에 따르면 최대두의 첫 번째 살인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벌어졌다. 당시 그는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종업원 A씨(23)와 내연관계였다. 최대두는 자신의 원룸에서 A씨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목 졸라 살해했다. 이틀 뒤 최는 연탄가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실패했다. 첫 살인은 다수의 물증(物證)이 차고 넘쳤다. 최대두도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다. 최는 구치소에서 재판부의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반전(反轉)은 김씨가 수감된 이후에 벌어졌다. 지난달 13일 가출한 것으로 알려졌던 또 다른 여성 B씨(21)의 시신이 경기도 포천 야산에서 발견되면서부터다. 암매장된 시신은 반부패(半腐敗) 상태였고 여름 옷이 입혀져 있었다. 작년 여름에 살해됐다는 얘기다.

숨진 B씨는 최대두의 또 다른 ‘여친’이었다. 의정부경찰서는 최의 행적을 역추적, 지난해 7월 그가 렌터카를 끌고 시신이 암매장 된 장소를 다녀간 사실을 확인했다. 최대두는 렌터카를 반납할 때 차량 내부를 말끔하게 지워주는 고가(高價)의 ‘스팀세차’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2일 연쇄살인용의자 최대두(가명)를 의정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조사했다. 그는 세 가지 살인 혐의에 대해 “인정(A씨)” “기억이 안 난다(B씨)” “아니다(C씨)”라는 각기 다른 진술을 내놨다.

경찰은 이 때부터 최대두를 연쇄살인 용의자로 규정했다. 그런데 두 번째 살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하나 더 발견됐다. 최가 한때 사귀었던 C씨(23)가 지난해 6월 뇌출혈로 병사(病死)한 것이다. 세 명의 여자친구 가운데 C씨는 다른 누구보다 최와 깊은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이 둘에 대해 ‘사실혼 관계’라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얘기다. "6개월 사이에 최대두가 애정을 쏟았던 세 명의 여성이 죽어 나갔다는 점에서 연쇄살인이 의심된다”며 “그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성을 폭행하고, 목을 조르고, 시신을 은폐하는 범죄성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C씨의 사인(死因)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린다. C씨가 멀쩡히 걸어서 병원에 입원했고,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은 병사에 무게를 싣는다. 이제 와서 C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도 어렵다. 사망 직후 시신이 화장(火葬)된 까닭이다. 병원 기록에는 다만 ‘뇌출혈’이라고 적혀 있다.

반면 범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젊은 여성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점이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광폭한 성향이 있는 최대두가 C씨만 구타하지 않고 내버려 뒀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며 “외상 흔적이 없더라도 지속적인 구타가 뇌에 충격을 줬을 거라는 해석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경찰조사에서 최는 사망한 세 명의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진술을 내놨다. 증거가 확실한 A씨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살해 정황이 드러난 B씨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증거가 없는 C씨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최대두(가명)와 사실혼 관계인 C씨는 지난해 6월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는 세 번째 살인도 저질렀을까. C씨는 목 졸려 숨진 A와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경찰은 현재 C씨의 죽음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 전문기관에 C씨의 뇌출혈이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뢰하는 한편, 숨진 시점(지난해 6월) 당시 최의 통신기록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일각에서는 “적어도 C씨의 죽음이 연쇄살인의 방아쇠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C씨의 죽음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뒤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최는 C씨가 숨진 뒤 크게 상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유일하게 범행을 인정한 A씨의 살해동기다. “A씨가 (C씨에 대해) 평소 행실이 좋지 않다고 험담했습니다. 그래서 목을 졸랐어요.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