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던 전문가들이 '보이지 않는 압력'에 줄줄이 입을 닫거나 자리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정부 정책의 실무자 명단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공무원도 나오고 있다. 한 국책 연구소 연구원은 작년 말 정부의 '사드 3불(不)'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썼다가 "눈치도 없느냐.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한다. 정부 안보 정책과 맞지 않는 의견을 내던 국립외교원 교수는 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북의 기만술을 경고하던 전문가들이 방송 출연 등에서 제약을 받는 분위기라고 한다. 안보기관 출신 전문가는 "한 TV에서 김영철 북 통일전선부장의 방한을 비판한 이후 출연 요청이 딱 끊겼다"고 했다. 탈북 박사인 안찬일씨는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이 서울에 왔을 때 한 TV에서 김여정을 '그 여자'로 불렀다가 출연 정지를 당했다"고 했다. 특히 북이 싫어하는 고위 탈북자들은 대외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몇 년 전 탈북한 고위 인사는 "남한에서도 입 조심하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선 사실상 '화이트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친(親)정부 성향 전문가 5~6명은 외교·통일·국방·국정원 등 부서를 가리지 않고 정부 TF 등에 '겹치기 출연'하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가 주미(駐美) 경제 공사직에 응모한 대학교수를 보수 단체에서 일한 경력을 문제 삼아 탈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작년에는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 난 교육부 과장급 공무원이 국정 역사 교과서 추진 부서에서 5개월쯤 일했다는 이유로 인사가 철회된 일도 있었다. 청와대는 4일 '현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강력히 부인하면서 "상처가 있는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을 쓰는 건 유감"이라고 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현 정부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모두가 블랙리스트로 불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