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에 담은 커피는 반입 불가, 종이 상자에 포장된 피자·치킨은 가능'

서울시가 2일 '시내버스 음식물 반입 금지' 규정에 대한 세부 기준을 공개했다. 시는 버스 기사가 음료 등 음식물을 들고 타는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고 지난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어떤 음식이 반입 가능한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승객과 버스 기사가 승강이가 잦았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치킨 사서 버스 타면 쫓겨나나', '장 보고 버스 타는 것도 금지되나' 등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시 관계자는 "시행 3개월 동안 매일 1~2건씩 반입 금지 음식물의 기준을 명확히 해 달라는 민원이 있었다"며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운수회사 등 관계자와 시민 의견을 모아 기준을 마련했다"고 했다.

◇포장됐거나 뚜껑 닫혔으면 반입 가능

시내버스에 갖고 탈 수 없는 음식물은 크게 두 종류다. 가벼운 충격에도 내용물이 밖으로 흐를 수 있는 경우와 포장이 안 돼 있어 차에서 집어 먹을 수 있는 경우다. 이 기준에 따라 일회용 컵에 담은 음료나 치킨·떡볶이, 뚜껑이 없거나 빨대가 꽂힌 캔 등은 버스에 갖고 탈 수 없다.

들고 탈 수 있는 음식물도 있다. 오로지 운반용으로 포장된 음료·음식·식재료면 된다. 종이 상자로 포장된 치킨과 피자, 뚜껑 닫힌 병에 담긴 음료, 따지 않은 캔, 텀블러·보온병에 담긴 음료, 시장에서 구매한 소량의 식재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탑승 금지' 강제성 없어 효과 의문도

규정에는 버스 기사가 반입 금지 음식물을 들고 타는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버스 안에서 음식을 먹는 승객을 하차시킬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강제 규정이 아니다. 승객이 기사의 제지를 거부하고 차에 탈 수도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탑승 금지 요구를 따르지 않는 승객이라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시내버스 운송법에 근거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사들은 "일일이 승객을 어떻게 살펴보고 거부하느냐" "이미 차에 탄 승객을 어떻게 내리게 하느냐" "중간에 차를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시 관계자는 "버스 기사들이 매번 승객들과 승강이를 벌이느니 그냥 운전에만 집중하겠다는 반응도 있다"고 했다.

시는 2일부터 서울 시내버스 내부와 버스 정류장에 '반입 세부 기준' 홍보물을 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