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가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폐지하고 경찰이 자체 판단으로 무혐의 처분 등을 할 수 있는 수사종결권도 갖는 내용의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조정안에는 검찰이 경찰 송치사건에 대해선 보완수사 요청만 할 수 있고, 검경이 동일 사건을 다룰 경우 먼저 수사한 쪽에 우선권을 준다는 내용도 담겼다.

경찰은 직접 수사담당만 2만명이 훨씬 넘는 방대한 인력(人力)에다 치안 유지권과 막강한 정보력도 쥐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월 국정원의 대공(對共)수사 기능도 경찰에 넘기겠다고 했다. 경찰이 형사 사건 98%의 수사를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지휘를 받지 않는 독자 수사권까지 지니게 되면 수사의 권한은 경찰로 확 쏠리게 된다.

검찰이 그간 권력에 영합하는 수사를 하고 그 대가로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형집행권 등 세계 어느 검찰도 갖지 못한 무소불위 권한을 누려온 게 사실이다. 검찰을 더 이상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논의엔 그런 배경이 있다. 그런데 그 결과가 경찰을 검찰 못지않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만드는 것이 된다면 곤란하다.

경찰도 정권 충견(忠犬)처럼 행동하고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무시해온 전력이 있다. 최근 경찰이 야당 울산시장 후보측을 압수수색하면서 '선거 개입' 의혹을 받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예다. 2016년 경찰의 인지(認知) 수사 사건 120만건 가운데 나중에 무혐의로 끝난 경우가 17만건이다. 17만명의 죄 없는 사람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받았다는 뜻이다. 정부안대로 검경 가운데 먼저 수사한 쪽에 수사 우선권을 주는 식이라면 검경의 권한 쟁탈전 틈바구니에서 무고한 피해자가 숱하게 나올 수 있다.

수사는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책무(責務)이지 무슨 권력이나 권한 같은 것이 아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권한 배분이 아니라 어떤 방법이 국민 이익을 늘리고 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