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8년차인 김모씨(38)는 시험관아기 시술에 5차 이상 도전하고 있다. 그의 가장 큰 걱정은 또래 여성보다 난자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술 시 난자가 잘 자라지 않고 채취된 난자 상태도 건강하지 않아 매번 수정에 성공하지 못했다. 담당 의사는 "그동안 수입산 과배란 유도 주사제를 사용했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다음 시술부터는 국산 과배란 유도 주사제도 써보자"고 말했다.

국산 난임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과배란 유도 주사제(난포 성숙제)'의 발전이 두드러진다. 과배란 유도 주사제의 주성분은 난자를 여러 개 키워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난포자극호르몬(FSH)이다. 난임 치료 과정에서 과배란 유도는 난자의 채취나 체외 배양, 자궁 내 이식만큼 중요한 단계다. 현재 국내 난임 치료제 시장에서 과배란 유도 주사제 처방 규모는 연간 2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난임 치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처방되는 과배란 유도 주사제는 다국적 제약사 머크(Merck)의 '고날에프(Gonal-f)'다. 그간 한국에서도 고날에프를 비롯한 외국 제품을 주로 활용했다. 최근엔 국내 제약사들이 과배란 유도 주사제를 내놓으며 기존 글로벌 제약사를 추격하고 있다.

동아ST 고나도핀NF주사액(좌). LG화학 폴리트롭(우).

◇국산 과배란 유도 주사제 품질 입증해

동아ST가 선보인 과배란 유도 주사제 '고나도핀NF주사액'은 글로벌 제약사 제품보다 투여하기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하다. 동아ST 에 따르면 국내 과배란 유도 주사제 시장에서 고나도핀NF주사액의 점유율은 15%다. 부상순 동아ST 학술의약실 과장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3상 시험에서 고나도핀NF주사액의 배란율, 용량 및 기간의 효율성, 임신율 등이 세계적인 제품들과 대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약품에 대한 이상 반응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과배란 유도 주사제 '폴리트롭(Polytrop)'도 급부상하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소 관계자는 "폴리트롭을 과배란 유도 주사제의 오리지널 의약품(비슷한 의약품군 가운데 처음 개발된 의약품)과 비교 임상을 진행했더니 서로 비슷한 확률로 임신에 성공하고 난자가 잘 자란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배란 유도제인 클로미펜(Clomiphene citrate)으로 치료되지 않는 무배란증에도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폴리트롭은 국내 난임 치료 시장에서 약 35%(2017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의료진 "국산 과배란 유도 주사제, 세계적 수준의 품질 갖춰"

국내 난임 치료 전문의들은 국내 과배란 유도 주사제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들어 품질과 효과가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단순 카피 제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찬우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장은 "과배란 유도 주사제를 놓고 품질과 효능 면에서 다국적 기업 제품과 국산 제품을 비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며 "요즘은 대부분 병원이 과배란 유도 주사제를 처방할 때 생산 국가가 아니라 주사제 자체의 효능과 임신율을 따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난임 환자들을 치료해온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장은 "국산 과배란 유도 주사제의 수정률과 임신 성공률은 다국적 제약사 제품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과배란 유도 주사제를 반복적으로 써야 한다면 국산과 외국 제품을 번갈아 적용하면서 반응을 관찰해보면 도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지난 2016년 시험관아기 시술 등 난임 치료로 탄생한 아기는 1만9736명이다. 관련 시장은 고령 가임 인구 증가 등으로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