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와 케이티 페리의 내한공연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음악은 안 듣지만 공연장엔 가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음반과 음원은 거의 안 팔리는 수준인데 내한공연은 금세 매진되기 때문이다.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존 레전드 공연은 예매 첫날 3분 만에 티켓 약 4000장이 팔려 매진됐고, 4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케이티 페리 첫 내한공연은 10분 만에 티켓 1만 장이 다 팔렸다. 공연기획사들은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시야제한석'까지 추가로 내놓았다.

15일 열릴 존 레전드(왼쪽)와 4월 6일 케이티 페리 내한 공연 티켓은 예매 개시 직후 매진됐다. 그러나 이들의 음반은 1만 장도 채 팔리지 않는다.

두 가수 모두 세계적인 톱스타지만 음반·음원 판매량으로 본 국내 인기는 미미하다. 일찌감치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그래미상을 10개나 받은 존 레전드의 앨범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2집 '원스 어게인' 판매량이 고작 1만 장 안팎이다. 전 세계 앨범 판매량이 1억 장을 넘는 케이티 페리도 5000장 미만이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금까지 외국 앨범 누적 판매량 1~12위는 전부 엑소M(엑소의 중국 활동 그룹), 이후 20위까지는 모두 영화 OST이다. 외국 아티스트 앨범은 제이슨 므라즈의 '위 싱, 위 댄스, 위 스틸 싱즈'가 22위로 가장 많이 팔렸다. 반면 내한공연 시장에서는 쉽게 완판·매진 소식이 들려온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에는 암표상이 100여 명씩 몰려들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공연 관객 다수가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20대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레전드와 페리 공연도 예매자 중 절반 이상이 20대 이하다. 이들은 대면(對面)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세대이고 팝스타의 내한공연은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이므로 공연 현장에 몰린다는 해석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예전엔 음반을 산 사람들이 공연장에 갔지만 최근에는 아티스트가 누군지 몰라도 유명하다면 일단 갔다가 현장에서 음반을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음악은 듣는 것이라기보다 눈으로 보고 공유하는 경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