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동네 문방구와 '다이소' 문구 코너 등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20~30분 정도. 선호하는 브랜드는 없으며 예쁘고 새로 나온 문구에 눈이 간다. 특히 묶음 판매 상품이 많은 '잡화 공룡' 다이소 문구 코너에서 사재기하는 일이 잦다. 필통은 각양각색의 문구로 가득 차고 책상 여기저기에 문구가 산만하게 널려 있다. 부담 없는 가격이다 보니 현명하게 '나눔'과 '드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기
중기는 다시 1~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탐색기. '문구 천국'이라는 교보문고 내 '핫트랙스' 문구 코너를 이용하기 시작한다. 필기구를 테스트하면서 고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마스킹테이프, 메모지, 카드 등 문구의 신세계에 빠져들며 문구 브랜드에 대해 서서히 알아간다.
2단계는 이동기. 같은 핫트랙스에서도 발걸음을 옮겨 만년필 등 중고가형 필기구와 해외 디자인 문구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인터넷 문구 커뮤니티와 해외 문구 사이트에 가끔 들어가 구입하기도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수준을 넘어선 지출이 시작되는 시기. 3단계는 확장기. 핫트랙스를 박차고 나와 오직 문구를 사기 위해 '무인양품' 문구 코너를 찾거나 수입 문구가 있는 편집숍을 일부러 찾아간다. 지출 규모는 10만원 안팎. 사용보다는 수집을 목적으로 문구를 구입하게 된다.
말기
말기도 1~2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확장기. 좋아하는 브랜드와 찾는 문구가 또렷해진 만큼 빈티지 연필 전문 매장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 '흑심'이나 '오벌', 종로구 인사동 '미림화방'과 같은 특정 제품을 모아 놓은 전문 문구점을 찾아 헤매며 직접 발품을 팔기 시작한다. 문구덕후인 주인에게 제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감을 느낀다. 어느새 대화도 가능하다. 문구 관련 도서를 구입해 읽기 시작하고 '한정판' 같은 '희귀템' 정보를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공부한다. 2단계는 해외 원정 불사기. 문구를 사기 위해 '해외 원정'을 떠난다. 문구덕후들의 성지 투어 코스가 있는 일본은 기본 투어에 속한다. 이때쯤 주위 시선은 반반이다. 신기하다거나 걱정스럽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