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DERBY)는 18세기 영국 경마대회에서 유래됐다. 중요한 경마 대회에 '더비'라는 단어를 썼고, 이후 축구로 확장됐다. 여기에 원래의 의미도 확대됐다. 원래 '지역 연고팀'의 경기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였다. '라이벌'이라는 개념을 포함시키면서 프로에서 '흥미로운 매치업'을 뜻할 때 중요한 용어가 됐다.
현대 스포츠에서는 강한 '의지'가 들어있는 말이다. 흥행과 팬을 위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핵심적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SK 나이츠와 서울 삼성 썬더스가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에서 실시한 'S-DERBY'는 의미 심장하다.
▶S-더비의 의미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는 꾸준한 사랑과 인기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흥행 감소와 흥미도 하락으로 위기다. 핵심적 이유 중 하나가 뚜렷한 '라이벌 구도'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프로농구단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팬을 유입시킬 수 있는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절박함이 있다.
SK와 삼성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연고지 '서울'은 양날의 칼이다.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으나, 그만큼 팬 충성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프로농구 인기 동력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강력한 '촉매제'가 필요했다.
걸어서 5분 거리인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삼성)과 잠실학생체육관(SK)을 홈 경기장으로 쓰고 있는 두 팀 관계자들은 지난해 8월 만나 머리를 맞댔다. 두 구단 수뇌부와 스태프의 고민이 비슷했다. 연이은 '미팅'을 통해 대략적 개요를 잡았다. 이번 시즌 6차례 진행된 'S-DERBY'는 이렇게 시작됐다.
사실 라이벌전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게 이상적이다. 양팀 선수들의 강력한 경쟁의식, 그 속에서 다양한 사연, 여기에 양팀 팬의 신경전이 결합되면서 '더비'의 동력이 만들어진다. 이런 동력을 각 팀의 구성원들이 '마케팅'으로 적절히 활용하면서, 폭발력이 가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냉정하게 볼 때 'S-DERBY'는 아직 동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부분이 있다. 언젠가 터질 수 있는 '양팀 경쟁 구도'를 오롯히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 출발점에 선다는 것은 확실히 의미 깊은 일이다.
▶'S'의 시작점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SK는 이번 시즌 22경기에서 평균 관중 4800여명, 삼성은 25경기에서 2100여명을 기록했다. 그런데 6차례 'S-DERBY'에선 평균을 웃돌았다. SK는 5000여명으로 올라갔고, 삼성은 2300여명으로 8.6% 증가했다. 지난해 100만 관중 돌파에 실패한 KBL의 하락하는 관중동원 능력을 감안하면, '더비 효과'가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
더욱 의미있는 부분이 있다. 철저히 현실적인 단계에서 '더비'를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양 구단이 야심차게 준비하면서 생긴 '딜레마' 중 하나는 SK와 삼성, 양 구단의 대결 구도를 자극하는 특유의 스토리, 플레이오프 대결 역사 등의 동력이 부족하는 점이었다.
무리한 스토리 구성,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라이벌 의식은 효과가 떨어진다. 양팀 팬이 먼저 알아챈다. 거품만 잔뜩 낀 '더비'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양 구단은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함께하는 축제의 개념을 더했다.
다양하고 차별화된 이벤트가 팬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양 구단 치어리더가 함께 공연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또 연세대 출신의 절친한 선후배인 문경은 SK 감독과 이상민 삼성 감독은 합동 인터뷰에 나서, 승리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땐 양팀 간판 선수인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와 김선형(SK)이 합동공연을 했다. 또 마지막 더비였던 2월 18일 경기는 '클래식 데이'로 정해 선수들이 '올드 팬'의 향수를 자극하는 실업 삼성 유니폼과 프로 원년 SK 나이츠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물론, 내년에도 'S-DERBY'는 계속된다. 처음이다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프로농구 전체적으로 '라이벌전'을 만들 수 있는 매우 획기적 시도다. 윤용철 SK 나이츠 단장은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프로농구 인기 회복의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다. 두 팀의 라이벌전을 계기로 프로농구 전체에 좋은 콘텐츠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S-DERBY의 'S'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양팀 연고지인 'SEOUL', 그리고 경쟁구도를 극대화할 'Survival'의 의미도 있다. 여기에 함께 나누자는 '쉐어(Share)'가 포함돼 있다. 프로농구 전체가 'S(hare)'할 수 있는 시작점이 만들어졌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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