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 '리플' 창업자인 크리스 라센이 세계 최고 가상 화폐 부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6일(현지 시각) 라센 등 가상 화폐를 통해 세계적 부자의 반열에 오른 19명을 발표했다. 포브스는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개인들이 보유한 가상 화폐 가격과 가상 화폐 관련 사업 지분을 종합해 순위를 매겼다"고 밝혔다. 이후 가상 화폐 가치가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리스트에 등장한 부호들의 자산은 평가 당시보다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포브스에 따르면 라센은 지난달 19일 기준 80억달러(약 8조7000억원)의 자산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리플 51억9000만개를 가지고 있는 라센은 가상 화폐 가격이 급등했던 1월 초에는 자산 규모가 600억달러(약 65조원)를 넘어서면서 미국 5위의 부호인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을 앞서기도 했다.
2위는 시가총액 2위의 가상 화폐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인 조셉 루빈이었다. 그가 보유한 이더리움 가치는 50억달러에 이른다. 홍콩 가상 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장펑 최고 경영자는 20억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바이낸스에서 이뤄지는 가상 화폐 거래 건수는 초당 140만건에 이른다.
4위는 '미국 하버드대 재학 시절 마크 저커버그에게 페이스북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해 유명해진 캐머런과 타일러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였다. 윙클보스 형제는 2012년 비트코인 가격이 120달러이던 시절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1%에 해당하는 12만개를 사들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에만 6배 올랐고, 윙클보스 형제가 처음 비트코인을 사들인 시점과 비교하면 한때 700배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윙클보스 형제의 자산 가치는 11억달러로 평가됐다.
이더리움의 개념과 프로그램 설계를 주도한 24세의 러시아계 캐나다인 비탈릭 부테린은 자산 5억달러의 최연소 가상 화폐 부호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중에서는 가상 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송치형 창업자가 포함됐다. 포브스는 "업비트는 창업 3개월 만에 세계 3대 가상 화폐 시장인 한국에서 최대 거래소가 됐다"며 "그의 자산은 3억5000만~5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송치형 창업자는 두나무 지분의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브스의 부자 리스트에 대해 외신들은 "실체가 없는 가상 화폐가 창출해낸 막대한 부(富)가 일부에 편중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가상 화폐 시장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들은 가상 화폐가 편중된 금융 시스템을 바꿔 훨씬 민주적이고 공평한 부의 분배가 이뤄질 것으로 보았다"며 "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은 부를 차지한 것은 가상 화폐를 직접 만든 사람과 초기 투자자들"이라고 했다. 두나무 측은 송치형 의장은 서비스 테스트 목적으로 백만원 상당 이하의 암호화폐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포브스 발표는 업비트 서비스 가치 또는 전체 암호화폐 가치에 송 의장의 두나무 지분율에 근거에 도출한 추정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익명의 프로그래머 나카모토 사토시는 이번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2009년 최초의 가상 화폐 비트코인을 만든 나카모토는 100만 비트코인(80억달러 상당)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카모토의 실체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아 포브스 리스트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