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사는 직장인 A(30)씨는 퇴근 후 집 근처 백화점으로 향한다. 목적은 쇼핑이 아닌 그림 그리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유화(油畵)를 배우는 그는 "단순 취미 생활을 위해선 전문성을 띠는 학원보다 문화센터가 접근하기 더 쉽다"며 "직장인을 위한 반이 따로 있고 언제든지 마음 편히 그만둘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주부들의 놀이터'로 여겨졌던 백화점 문화센터가 젊어지고 있다. 퇴근 후 문화센터를 찾는 20~30대가 늘어나면서 백화점들은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 새로운 고객을 사로잡는 데 진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수업을 듣는 20~30대는 2016년과 비교해 작년 150% 증가했다. 2016년 전체 회원 중 13.8%를 기록했던 2030 수강생은 지난해 34.2%까지 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의 20대 수강생은 8~9%에서 15%, 현대백화점은 28.1%에서 37.1%로 늘었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과거에는 노래, 바둑 등이 주 수업이었다면 최근에는 요가, 스트레칭 같은 홈트레이닝에서부터 재테크, 마사지법, 악기 연주, 장보기부터 상차림까지 알려주는 '혼밥 수업' 등이 있다. 젊은 고객을 겨냥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유명한 여행작가, 요리사, 시인 등을 섭외하기도 한다. 수강료도 비교적 저렴하다. 문화센터 평균 수업료는 1회당 1만원 내외로, 12회에 12만원 안팎이다. 이가연(28)씨는 "퇴근 후 집에 가면 빈둥거리게 되는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들으면 없던 활력을 얻게 된다"고 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퇴근 후 백화점에서 수업을 듣는 젊은 세대는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여러 경험을 통해 삶에 도움 되는 걸 찾으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