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는 법조계 풍경도 바꾸고 있다. 가상 화폐 사건들이 법원·검찰로 밀려들자 일부 판검사는 직접 가상 화폐를 구입해 거래 방식을 체험하고 있다. 대형 로펌들도 가상 화폐 투자를 둘러싼 법률 문의가 빗발치자 전담팀을 꾸렸다.

이재승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작년 말 대표적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을 10만원어치 샀다. 이 과장은 작년 9월 수원지검에서 비트코인 관련 사건 보고를 받고 가상 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수원지검은 안모씨가 인터넷 사이트로 불법 음란물을 팔아 받은 '가상 화폐 지갑'을 압수하고 법원에 몰수 신청을 했다. 여기엔 비트코인 216개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비트코인은 전자화된 파일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 과장은 "이 사건을 접하고 가상 화폐 개념과 거래 방식을 알아야 수사 지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대검은 올 1월 검사·수사관 100여 명을 모아 가상 화폐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법원 분위기도 비슷하다. 법원에는 작년 말부터 "가상 화폐 사기를 당했다"는 사건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가상 화폐가 어떻게 거래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아 최근 (가상 화폐 중 하나인) 리플을 사서 거래를 해봤다"고 했다. 파산 실무를 담당하는 파산관재인(변호사)들도 가상 화폐 공부 모임을 만들고 있다. 대형 로펌들은 작년부터 가상 화폐 관련 법률 조언을 해줄 자문팀을 꾸렸다. 김앤장·태평양 등은 30여 명 규모의 자문팀을 두고 있다. 최근 정부 규제로 타격을 입은 군소(群小) 가상 화폐 거래소의 헌법소원 제기 문제, 은행 등의 가상 화폐 서비스 진출 문제 등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작년 말 한 변호사가 "가상 화폐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한 정부 조치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지난 30일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