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로 39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 34세 김라희씨가 있었다. 간호조무사였다.
김씨는 지난 26일 오전 7시 30분쯤 세종병원 화재 당시 1층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사방에서 연기가 들이차자 남편에게 전화를 두 번 걸어 “살려달라”고 했다. 남편 이씨는 “지금도 아내의 그 말이 환청처럼 계속해서 들린다”고 했다.
병원 입원 환자, 보호자들은 김씨를 "그 간호사"라고 했다.
환자 보호자 김진희(37)씨는 "동생이 아플 때마다 병원에 데리고 하면 그 간호사가 '운동 열심히 하면 빨리 나을 거다'라면서 항상 힘을 줬던 기억이 난다. 보호자인 나한테도 기운을 북돋워주면서 친자매처럼 대해줬다"고 했다.
전문대를 졸업한 김씨는 동갑내기와 2011년 2월 결혼, 남편 직장이 있는 밀양에 살게됐다. 남편 외벌이만으로 살림이 여의치 않았다. 같은 해, 김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 간호조무사 실습을 나간 병원이 세종병원이었다. 그의 마지막 직장이 됐다.
밀양 농협장례식장에서 만난 남편 이씨(34)와 시어머니 박씨(61)는 ‘간호조무사 김라희’에게 ‘꿈’이 있었다고 말해줬다.
“어떤 환자들은 김씨가 다가가면 ‘아가씨 말고 간호사 선생을 불러달라’고 호통을 쳤다고 해요. 그런 날이면 제게 하소연을 하다가 꼭 이런 말을 했어요. ‘나중에 대학 가야겠다.’”(남편 이씨)
“내는 간호조무사나 간호사가 그게 그거 아이가(아니냐) 했다. 그란데 며늘아기 병원 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 와서 이래 말하대. ‘조무사는 환자 볼 때보다 병실 청소, 비품 정리같은 잡무가 많다. 아직 어린데 공부를 더해서 ‘선생님’ 소리 듣는 간호사가 부럽다.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열악하다’라고. 그래 이야기를 합디다. 내사 그런 거 몰랐는데, 마음이 쿵하고 내려 앉는 거라.”(시어머니 박씨)
연초 남편 이씨와 시어머니 박씨는 "올해만큼은 라희를 대학 보내주자"고 뜻을 모았다.
"내는 손주 좀 늦까(늦게) 봐도 된데이. 우선 대학가서 간호사 돼라."
시어머니 박씨 말에 라희씨는 벙긋 웃었다. 월급을 쪼개서 대학 학비도 좀 모아놨다.
김씨는 부산·경남 지역 한 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원서를 넣고 최종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