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리플(Ripple) 창시자의 재산이 60조원을 넘어 구글 창업자보다 부자가 됐다.”
기술 혁신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신흥 억만장자가 탄생한다. 철도의 등장으로 밴더빌트와 카네기 가문이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석유왕 록펠러 가문이 탄생했다. 이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디지털 시대의 억만장자가 생겨났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사람이 있다. 가상통화 리플의 창시자 크리스 라센(Chris Larsen·58)이 그 주인공이다. 포브스는 지난 4일 “2012년 9월 처음 세상에 나온 리플 주가가 3.84달러로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리플 공동창업자인 크리스 라센의 자산 가치가 599억달러(63조4101억달러)를 기록, 미국 400대 부자 순위 5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라센은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515억달러)나 세르게이 브린(500억달러) 보다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한 부자가 됐다.
최근 2주간 리플의 주가가 1.34달러까지 추락하면서 라센의 재산이 400억달러 넘게 증발했고 부자 순위도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외신은 올해 리플이 더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7년이 비트코인의 해였다면 2018년은 리플의 해가 될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영국 CNN은 “비트코인 열풍이 다른 가상화폐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제는 리플의 차례”라고 전했다.
◆ 라센 “운이 좋을 때 기회를 잡아야”
라센 창업자는 196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어머니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항공기 정비사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라센은 1984년 샌프란시스코대에서 재무와 회계학을 전공한 뒤 석유기업 셰브론에 입사해 회계 담당자로 일했다.
이후 1991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딴 뒤 친구와 친척에게 돈을 빌려 온라인 대부 회사 이론(Eloan)을 창업했다. 이론은 2005년 스페인 은행 방코 포풀라르이 인수됐는데, 이 과정에서 라센은 10억달러(약 1조615억원)가량의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 매각 후 라센은 2012년 새로운 암호화폐를 구상하던 제드 맥칼럽과 만나 ‘오픈 코인’을 공동 창업했다. 2013년 회사 이름을 ‘리플 랩’으로 개명했다. 맥칼럽은 2014년 리플에서 나와 비영리 단체 스텔라 재단이 만드는 스텔라 결제 네트워크 플랫폼을 만들었다.
라센과 그의 아내 라이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으며, 새너제이에 위치한 캄보디아 불교 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라센은 최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이 놀랍다. 운이 좋을 때 이 길의 중앙에 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라슨, 리플 52억개와 회사 지분 17% 소유
리플은 글로벌 은행들이 실시간으로 자금을 송금하는 데 사용하는 암호화폐다. 단위는 XRP로 표시한다. 지난해 리플은 비트코인보다 24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16년 말에는 1센트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해 말 2달러 선을 넘었으며 최근 3달러도 돌파했다. 리플은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에 1135% 급등하면서 이더리움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가상화폐 2위에 올랐다. 2018년 첫날에는 32%가 뛰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리플의 시가총액은 약 1180억달러(약 125조원)이다.
리플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라센은 리플에 대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국제 지불 수단”이라고 정의한다. 즉, 은행 간 송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리플은 현재 100여개의 은행에 달러나 엔화, 유로 등을 빠르고 저렴하게 송금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리플 측은 자사 가상화폐 결제시간은 4초에 불과해 2분 이상인 이더리움, 한 시간이 넘는 비트코인에 대해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외환거래 시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를 이용하면 속도도 느리고, 거래 도중 전송 불량이 발생한다거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리플은 이러한 부분을 노리고 등장했다. 즉, 개인이 아니라 기업을 위해 개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누구나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과 달리 리플은 리플 기업만 생산하는 중앙집중형 암호화폐다. 전체 발행량은 1000억개인데, 이걸 개발사가 조금씩 풀어내는 식으로 가격 등을 조절하고 있다. WSJ는 “리플은 비트코인과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일회사 ‘리플’을 중심으로 중앙집중화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CNBC에 따르면 라슨은 리플의 51억9000만개와 회사 지분 17%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리플 회사는 현존하는 1000억개의 리플 중 610억 개를 소유하고 있다. 가격 상승 덕에 회사가 보유한 리플의 가치는 1850억달러에 달한다. 리플 측은 회사가 보유한 리플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여론을 반영해 잔여 보유액의 약 90%에 해당하는 550억 개를 한 달에 10억 개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