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때 배운 이승만 대통령은 '독재자'나 '통일 정부 수립을 반대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애국 지도자였던 김구 선생과 대비되는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이 대통령은 한국 전쟁 때 반공 포로를 석방하는 '벼랑 끝 외교'를 하면서까지 한·미(韓美) 방위 동맹을 맺어 자유 한국을 지켰다는 걸 알고 다시 보게 됐어요."

지난 13일 낮 서울 마포구 자유아카데미 강의실에서 만난 직장인 이혜주(27)씨가 한 말이다. 그는 매주 주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집에서 1시간 정도 이동해 대학생인 여동생과 함께 강의실을 찾고 있다. 이씨 자매는 토요일 오전~오후에 걸쳐 3시간 동안 열리는 '이승만 학당' 수강생이다. 이 학당은 탈북 여성 박사 1호인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의 제안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功過)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목표로 2016년 9월 세워졌다. 3개월 과정으로 운영하는데, 이달 6일 4기 학당이 문을 열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자유아카데미 강의실에서 ‘이승만 학당’ 4기 20~30대 수강생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우진, 이혜주, 이준형, 김성한씨.

이혜주씨는 "두어 번 강의를 들었는데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 대통령이 1948년 선거제를 도입해 국민에게 '내 손으로 뽑는 통치자'를 경험케 한 것과 국민 의무교육을 실시한 것은 결코 당연한 게 아니었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중요한 기본이자 토대가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강의를 들었던 아버지의 권유로 나도 수강을 결심했다"며 "학당을 수료했을 때는 기성 정치권이나 언론이 강요하는 역사관을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 역사를 바라보는 힘을 갖고 싶다"고 했다.

이씨를 포함해 4기 학당 수강생 57명 가운데 16명이 20~30대들이다. 각각 17명씩인 40~50대와 60대와 비슷한 인원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9년째 식자재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김성한(38)씨도 젊은이 중 한 명이다. 그는 "사업을 하며 힘든 시간이 많지만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있다"며 "돈 버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와 나라의 정체성을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황우진(27)씨는 "내 또래들에게 이 대통령은 '권력욕이 가득 찬 부패 지도자'라는 편견이 강하지만 농지 개혁으로 봉건 경제를 무너뜨린 것처럼 그에게도 분명한 공(功)이 있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엄마와 딸이 함께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다. 서울 모 대학 관광경영학과 졸업 예정인 전혜리(29)씨는 "고교 교사인 어머니와 함께 1년 전 수강했는데 한 번도 강의를 빼먹지 않고 수업 후에는 수강생들과 별도 토론 모임을 열어 1~2시간 자발적으로 보충 수업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 아니면 도' 식의 역사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았다"며 "앞으로도 한국 현대사를 한쪽 측면에서 편협하게 보지 않고 균형된 시각에서 보고 싶다"고 했다

이승만 학당 교장을 맡고 있는 이영훈 전(前)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껏 젊은이들이 자유민주주의 이념이나 시장경제 체제에 대해 편향된 정보를 많이 접해왔다"며 "이 대통령의 삶과 그의 통치기에서 자유와 애국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