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값 오른다는 말에 그림을 샀는데 지금껏 창고에만 넣어두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늘 안타까웠습니다."
여미옥(57) 홍선생미술 대표에 따르면 미술품은 분명 더없이 좋은 재테크 수단이다. 예측 불가한 요소가 다수 개입하는 주식과 달리, 미술품은 제대로 분석하기만 하면 가격 변동을 명확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 작품의 80%가 1000만원 이하라 소액으로도 살 수 있다. 평범한 우체부였던 미국의 허버트 보겔도 끊임없이 미술사를 공부하고 작가 연구를 하며 50년간 미술품 5000점을 수집해 유명 미술품 수집상이 됐다.
그러나 미술품 재테크로 돈만 번다면 그건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그림이 가진, 삶의 질(質)을 끌어올리는 힘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작품엔 작가의 생애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며 역사와 삶의 철학을 모두 배울 수 있지요. 하지만 그런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역사부터 사회학, 심리학까지 다각도로 공부해야 합니다."
문제는 혼자 공부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 대표도 책 읽고 미술관 다니며 안목을 키우는 데 20여 년 걸렸다. 여 대표가 최근 성인 대상 12개월 교육 프로그램인 '머리에 그리는 미술 전문가 과정(Fine Art Experts Course·FAEC)'을 론칭한 건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작품 보는 눈을 키웠습니다만, 다른 분들은 더 효율적으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FAEC 커리큘럼은 크게 ▲미술 실기(주 1회 3시간·총 144시간) ▲온라인 교육(미술사 및 아동 미술 강의 60개·강의당 6~7분) ▲미술품 재테크 강의 ▲소모임(미술 관련 독서 및 영화 감상)으로 구성했다. 여 대표는 "직접 그려봐야 색감·질감·양감 등이 주는 감각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수채화·한국화·아크릴화를 배우는 실기 과정을 넣었다"고 했다. 그 밖에 회원들과 미술관 관람, 아트페어 참가, 작가 만남도 진행한다. 과정 이수 후엔 별도 시험을 거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민간 자격증(머리에 그리는 미술 전문가)을 취득할 수 있다. 여 대표는 "그림을 제대로 공부해 재테크에 활용하고 싶은 분, 미술 분야에서 제2의 직업을 찾는 분에게 이 과정을 권한다"고 했다. 딸 셋 둔 주부이자 경영 전공인 그도 37세가 넘어서야 미술 사업으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그는 이번 과정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 홍선생미술 본사 이전을 계획 중이다. 그간 개인적으로 수집한 국내외 미술 도서들을 회원들과 공유할 도서관을 갖추기 위해서다. 한정판인 희귀본 피카소 도록 33권을 비롯, 세계 곳곳의 서점과 미술관에서 구입한 도록과 도서, 역대 대한미국 미술대전 도록, 절판된 각종 미술 책까지 총 8000여 권을 이곳에 비치할 예정이다. "국내외 미술관에 갈 때마다 짐 가방 2~3개에 꽉 채워 사온 책이 대부분입니다. 같이 간 딸이 '이제 그만 좀 사자'고 항의해도 꿋꿋이 이고 지고 왔네요. 지금까진 보물처럼 애지중지했지만, 이젠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