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에서 또 한 번 아이스하키 경기를 볼 수 있을 줄이야…. 먼저 간 전우(戰友)들이 너무 그립습니다."
클로드 P.E 샤를랭(89·캐나다)씨는 19일 경기 파주시 임진강 인근에 설치된 임시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옆에 있던 데니스 무어(87·캐나다)씨와 존 비숍(89·캐나다)씨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무어씨는 "꽁꽁 얼어붙었던 임진강 위에서 하키 스틱을 들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0년 넘게 흘렀다"고 했다.
세 사람은 6·25전쟁 참전용사들이다. 캐나다 군인이었던 이들은 1952~1953년 경기도 파주 임진강 인근에 주둔했다. 캐나다는 당시 유엔연합군 소속으로 참전국 가운데 셋째로 큰 규모인 2만6791명의 병력을 파병했고, 그중 516명이 전사했다. 당시 꽁꽁 언 임진강을 바라보던 캐나다 군인들은 고향에서 즐기던 아이스하키를 떠올렸다. 이들의 소원을 들은 당시 캐나다 국방부 장관이 "곧 아이스하키 장비를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했고, 몇 달 후 거짓말처럼 아이스하키 스틱과 장비가 부대에 도착했다. 1952년 2월 4일, 캐나다의 육군 프린세스 패트리샤 경보병연대와 왕립 22연대 소속 군인들이 팀을 나눠 첫 하키 시합을 펼쳤다. 임진강 얼음판 위에 골대를 세우고, 두꺼운 나무판으로 임시 펜스를 세웠다. '임진 클래식(Imjin Classic)' 대회였다.
샤를랭씨 등 참전용사 3명은 이날 65년 만에 재현되는 '2018 임진 클래식'(파주시·주한 캐나다 대사관 공동 주최)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날 경기에선 한국팀과 캐나다팀이 맞붙었다. 캐나다팀은 6·25전쟁에 참가했던 두 부대에 소속된 현역 군인 8명 등 16명이 나섰다. 한국에선 연세대·고려대 아이스하키 선수 16명이 팀을 만들었다. 경기 결과는 캐나다팀의 6대1 승리였다.
경기를 지켜본 샤를랭씨는 선수들에게 "전우들과의 추억을 떠오르게 해줘 정말 고맙다. 너무 감동적"이라고 했다. 샤를랭씨는 "당시 바람막이 바지 속을 잡지, 신문 등으로 채워 경기복으로 입고 빙판 위를 달렸다. 잠시나마 전쟁을 잊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날 파주 일대에서 벌어진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도 참여했다.
프린세스 패트리샤 경보병연대 소속이었던 무어씨는 "6·25전쟁 때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랑스럽게 총을 잡았다"며 "꽁꽁 얼어붙었던 임진강에서 아이스하키 스틱을 들 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곤 했다"고 했다. 존 비숍씨는 "6·25전쟁 당시 추위와 전사한 전우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발전상을 보면서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구나'라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