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DB

김철상 쥬라기투자아카데미 대표는 지난해 12월 초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된다는 소식을 투자자들이 호재로 인식하자 “시카고엔 날씨(weather) 선물이 있다. 그외에도 온갖 상품이 다 있다.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했다고 제도권이 인정한 것이 절대 아니다. 미국은 버블 자체를 상품화함으로써 이것을 팔아 돈을 버는데 익숙한 나라다. 우리는 버블을 알면서도 규제도, 상품화하지도 않을 뿐이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시카고거래소는 지난 1848년 생겼다. 업자들이 선물 거래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스스로 만든 시장이다. 기상 이변 등으로 흉작이 거듭되자 “아이고, 선물 시장을 만들어서 손실을 좀 줄여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민간에서 스스로 태동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만드는데 거부감이 별로 없다. 비트코인 선물도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만들었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정부 주도형으로 상품이 생긴다. 글로벌에선 아주 일반적인 돈육(돼지고기) 선물이 한국거래소에선 잘 거래되지 않는 것 또한 관 주도형으로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롭게 상품을 만드는 것이 100% 맞는다고만 볼 수는 없다. 비트코인 급등이 과열이고 거품이면서 지옥행 열차에 탑승하는 것이라면 선물이든 무엇이든 허가하지 않는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물이 꼭 과열 등 부작용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비트코인 선물이 있다면, 비트코인 거품론자도 이번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하락에 베팅하면 되는 것이니까. 이들이 하락 포지션을 취하면 오히려 적당한 시세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선물은 리스크 축소, 즉 변동성 완화를 위해 태어난 상품이다.

비트코인 선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선물을 오해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선물은 생겨난다고 해서 호재도 아니요, 과열을 낳는 주범도 아니다.

또 하나. 시선을 국내 증시로 돌려보자. 최근 버블 논란이 이는 것은 가상화폐 외에도 많이 있다. 오늘 한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우리 금융시장 곳곳에도 버블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채권과 (보유자들은 아니라고 하겠으나) 셀트리온(068270)등 바이오업종을 지칭한 듯 하다. 다행인 것은 비록 우리 시장에는 비트코인 선물이 없지만, 그래도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수많은 파생상품이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가 버블이라고 생각한다면 리버스 바이오 상품을 매수할 수 있다. 채권 또한 얼마든지 하방에 베팅할 수 있다. 비관론자와 긍정론자가 섞이면서 건강한 시세가 만들어진다. 완충장치 하나 없이 정부발 뉴스 하나에 들쑥날쑥한 움직임을 보이고, 심지어는 글로벌 시세를 뒤흔드는 수십조원대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