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동계올림픽 간판 종목인 쇼트트랙. 남녀 각 4종목씩 펼쳐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종목이 계주다. 16~20명의 선수가 좁은 쇼트트랙 빙판에 나서 팀별로 쉴새 없이 교체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엎치락뒤치락 이변이 속출하는 계주는 동계올림픽 최고의 볼거리로 꼽히기도 한다.

쇼트트랙 계주는 팀당 4명의 선수가 교대하며 남자는 트랙을 45바퀴(5000m), 여자는 27바퀴(3000m) 돈다. ISU(국제빙상연맹) 규정집에 따르면 선수들은 아무 때나 교대할 수 있다. 교대 방식도 자유롭다. 통상 주자가 다음 주자의 엉덩이를 세게 밀어주지만, 몸의 어디든 명확하게 터치만 하면 주자 교대로 받아들인다. 몇 바퀴당 주자를 교대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4명의 선수가 최소 한 번씩 주자로 뛰기만 하면 된다. 극단적으로 한 선수가 한 바퀴를 타든, 열 바퀴를 타든 상관없다.

쇼트트랙 계주의 승부는 각 팀 에이스들이 책임지는 마지막 두 바퀴에서 가려진다. 사진은 여자 계주(3000m) 경기 모습.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다. ISU는 '마지막 두 바퀴는 반드시 한 명의 선수가 뛰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 바퀴가 남은 시점에는 경고 총소리가 발포된다. 왜 이런 규정이 생겼을까.

전문가들은 승부가 갈리는 마지막 두 바퀴에서 충돌 위험성을 줄이고 경기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전이경 싱가포르 대표팀 감독은 "레이스 막판엔 모든 선수가 몸싸움을 불사하며 필사적으로 달리기 때문에 터치가 이뤄지면 뒤엉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긴 레이스 막판에 충돌로 승부가 엉망이 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또 마지막 주자는 에이스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기 막판 긴장감도 더 높아지게 된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계주 3000m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막내였던 심석희(21)가 이 규정의 파워를 입증했다. 심석희는 결승전에서 2바퀴를 남기고 중국에 이어 2위로 교대를 했는데 마지막 바퀴에서 중국 선수를 제치고 결승점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심석희가 마지막 두 바퀴 개인전 승부에서 한국의 메달 색깔을 은에서 금으로 바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