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원점(原點)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취학 전 영어교육 금지'를 발표한 지 3주 만이다. 정부는 그동안 영어교육 금지→미확정→시행하되 시기 미정→원점 재검토로 정책을 바꿨다. 국가 교육정책이 이래도 되느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교육을 금지하려는 이유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교내(校內)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므로 유치원생도 안 된다는 것이다. 조기 영어 교육이 모국어 학습에 방해되고 사고력 발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어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수요가 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애초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당장 영어수업을 금지하면 돈 있는 사람만 자녀를 비싼 학원에 보낼 수 있어 계층별 영어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이럴수록 신중하고 정밀한 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밀어붙이기만 했다. 전국 5만여 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3월부터 금지하라'고 했다. 그러자 학부모들이 "103만원짜리 영어유치원은 되고 3만원짜리 방과 후 수업은 안 되냐" "수학·과학 수업은 괜찮고 영어는 왜 안 되느냐"고 반발했다. 청와대 게시판에 불만이 쏟아지자 정부는 '미확정' '연기 검토'라고 하다 원점에서 재검토로 돌아갔다. 지난해 벌어진 수능 절대평가 혼선과 똑같다. 그때도 "추진하겠다"고 덜컥 발표했다가 항의가 쏟아지자 결정을 1년 미뤘다. 이 정부 들어 발표해 놓고 얼마 안 가 없던 일이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가상 화폐 거래소 폐쇄 조치는 7시간 만에 물러섰다.

교육만큼은 10년, 100년을 내다보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에 학부모와 학생이 한두 번 골탕 먹은 게 아니었다. 이 정부는 국가교육회의를 만들고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하지만 설익은 교육정책은 오히려 더 쏟아졌고 과거 정책은 뒤집고, 없애고, 폐지했다. 그중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강남 집값 파동을 불렀다. 유아 영어교육 금지와 관련해 교육부는 지난 3주일 동안 5일에 한 번꼴로 입장을 바꿨다. 교육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얘기하는 게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