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에선 이런 장면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골키퍼 A가 상대 공격을 막아내자마자 자기 팀 수비수 B에게 퍽을 건넨다. B는 재빨리 C에게 패스하고, C는 단독 돌파로 수비를 무너뜨린 뒤 상대 골 네트를 흔든다. 잠시 후 전광판엔 득점자 C와 함께 골키퍼 A, 수비수 B의 이름이 '어시스트 기록자'로 뜬다. 아이스하키는 축구·농구 등과 달리 최대 2명에게 어시스트를 부여한다. 즉 골로 연결되기 직전 패스(퍼스트)뿐만 아니라 그 전 패스(세컨드)까지 득점을 도와준 것으로 간주하는 '더블 어시스트' 규정이다. 축구·농구에 익숙한 입장에선 "왜 이렇게 어시스트가 후한가"라는 의문을 갖게 돼 있다.

사실 아이스하키는 스포츠 중에서 어시스트를 개인 기록으로 인정한 최초의 종목이다. 골 넣은 선수만 대접받는 데 실망감을 느낀 현대 아이스하키 규칙 제정자 레스터 패트릭이 1918년 '어시스트 제도'를 규정집에 처음 도입했다. 아이스하키는 골과 어시스트를 합한 '포인트'를 최고로 대접한다. 골도 1포인트, 어시스트도 1포인트다. '골은 개인이 아니라 팀이 함께 이뤄낸 것'이라는 팀플레이의 정신이 담겨 있다. 세계 최고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공격수는 최다골상 수상자가 아니라 최다 포인트상 수상자다.

도입 초기엔 최대 3명까지 어시스트가 인정되다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1936년부터 골당 최대 어시스트를 2개로 줄였다. 미국 프로축구(메이저리그사커)도 세계 축구계에서 보기 드문 '2어시스트 인정'의 로컬 룰을 갖고 있는데, 북미 지역 인기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퍽을 스틱으로 한 번 건드려도 어시스트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규정 때문에 무임승차처럼 어시스트 기록을 받는 경우도 나오고, 심지어 해당 선수가 "내가 한 게 어시스트였나"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