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안전위원장에 강정민 미국 환경단체 '천연자원보호위(NRDC)'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했다. 강 위원장은 원자력 관련 박사 학위를 가졌지만 국내 원자력 발전 계통 중심에서 경력을 쌓지 못하고 연구원과 초빙교수 등을 지내다 미국 환경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온 사람이다. 원안위를 책임지려면 원전 가동 분야에서 숙련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원전 안전에 핵심인 계통 운영 전문가가 아니라 핵폐기물과 재처리 문제를 전공한 사람이다.

강 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원전 건설 중단 쪽 패널로 등장해 탈(脫)원전을 주장했다. 그가 언제부터 탈원전 입장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그의 언론 기고문들은 원전 위험을 극단적으로 과장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고리 3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 화재가 나면 남한 절반이 위험해지고 최대 2000만명이 피난 가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다. 남한 내 원전들은 북한 미사일의 타깃이 될 것이기 때문에 탈원전이 안보에 이롭다는 황당한 논리도 있다.

원안위는 원자력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다. 원안위 임무는 탈원전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원전을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가동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원전 폐지를 신념으로 가진 사람이 원안위 위원장을 맡게 되면 사소한 기술적 문제에도 가동 중단이나 원전 폐쇄 쪽으로 밀고 나가려 할 가능성이 있다. 원전을 놓고 좌파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이미 원전 종사자들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 신규 건설 중단 정책으로 원전 부품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유능한 인력들이 원자력 분야를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들은 모두 한국 원전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요소들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원전에 적대적 인사를 원안위 책임자 자리에 앉힌 것은 원자력 안전 기관을 아예 원자력 폐지(廢止) 기관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