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많은 사상자를 낸 원인 중 하나는 건물이 필로티 구조로 됐기 때문이다. 필로티 건물은 1층을 벽면 없이 하중을 견디는 기둥만 설치한 개방형 구조다. 1층 외부의 공기가 건물 내부로 빠르게 흘러들어 간다. 1층 주차장 천장에 불이 났을 때 유독가스와 불길이 건물 내부로 급속히 퍼진 이유다. 이번 사고 때처럼 건물이 유리벽으로 다 막혀 있으면 내부로 흘러든 유독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득 차게 된다.

22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전날 일어난 불로 타버린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1층 주차장을 정밀 감식하고 있다.

필로티 건물은 1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화재에 더 취약하다. 주차된 차량으로 불이 옮아 붙으면서 불길이 더 커지고 내부로 유독가스가 더 빠르게 번진다. 이번 사고 때도 주차장에 있던 차량 15대에 불이 옮아 붙어 1층 주차장이 건물 전체의 '아궁이' 역할을 하게 됐다. 차량이 타면서 '펑, 펑' 소리가 났는데, 이때 차량에서 가스 폭발이 발생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김엽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필로티 건물은 유독가스가 분산되지 못하고 건물 내부로 그대로 흘러들어 많은 인명 피해를 낸다"며 "필로티 구조를 지양하고 지하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안전하다"고 했다. 때로는 1층 주차장에 있는 차량이 화재 진압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건물에서 화재가 났을 때 1층 출입구가 중요한 탈출구가 된다. 필로티 건물은 이 출입구로 연기가 빨려들 듯이 들어오기 때문에 쉽게 봉쇄된다. 필로티 구조에서 비상구와 비상계단이 더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선 여자 사우나가 있는 2층 비상계단이 목욕 바구니 등을 쌓아 두는 철제 선반에 막혀 있어 사망자가 속출했다.

신영수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는 "필로티 건물을 지을 때는 면적별로 일정 개수 이상의 비상계단을 건물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필로티 건물은 높이와 상관없이 1층 천장과 외장재를 불연재로 만들어야 한다. 주차장 차량으로 불이 옮아 붙지 않도록 방화벽을 세우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공학과 교수는 "2015년 큰 화재가 났던 의정부 필로티 건물에서 1층 주차장 차량 화재 발생 시 위험성에 관한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 결과 차량에서 불이 나자 3초 만에 연기가 2층으로 올라갔고, 100초 만에 10층(꼭대기)까지 갔다. 화염은 735초 만에 10층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 실험은 1층 출입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최 교수는 "필로티 건물은 바닥 면적에 관계없이 화재를 감지해 층과 층 사이를 차단하는 '수직 방화 구획' 시스템을 모두 갖추도록 법이 강화돼야 하고, 출입문도 방화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