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롯데 일가 비리’ 의혹을 받는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에게 1심 법원이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재판장 김상동)는 22일 신 회장 등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선고 공판에서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이같이 판결했다. 신격호(95) 총괄회장에겐 징역 4년에 벌금 35억원이 선고됐으나, ‘건강상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신 회장은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나 기계 구매 과정에 롯데 계열사를 끼워넣었다는 총471억원대 특경법상 배임 혐의에 대해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모녀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넘겼다는 배임 혐의도 “손해액을 산출하기 어렵다”며 특경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만 인정됐다.

롯데그룹 횡령·배임·탈세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 배임 혐의 일부와 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거액의 탈세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공짜 급여'를 준 부분은 무죄가 나왔다.

재판부는 신 회장에 대해 "신 총괄회장을 보좌해 그릇된 지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했다"며 "아버지 뜻을 거절할 수 없다해도 범행 실행 과정에서 지위에 따른 역할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회장에 취임해 공식적으로 롯데를 대표하는 지위에서 영향력과 역할에 따라 범행을 중단할 수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신 총괄회장에 대해선 “법 질서를 준수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경영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사유재산 처럼 처분한 행위는 용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나이가 많고 사실상 장기간 수형생활이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교도소에 들어가는 법정 구속을 면하게 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2009년 9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계열사 끼워넣기 등 방법으로 회사에 47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신 총괄회장과 공모해 신영자 전 이사장과 서씨, 서씨의 딸 신유미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사업권을 몰아줘 774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 서씨 모녀에게 총 500억원대 급여를 부당하게 지급한 혐의도 있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3%를 신 이사장에게, 3.21%를 서씨 모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858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신 총괄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을,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을 구형했다.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현안을 청탁하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공여한 혐의로 ‘국정농단’ 재판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신 회장에게 이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