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2인 이상 가구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소득·재산을 따지는 등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각 부모가 일일이 소득·재산을 신고해야 하는 등 유·무형의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수당을 선별적으로 지급하기 위해선 ▲매년 전체 2인 이상 가구의 소득을 조사해야 하고 ▲0~5세 아동 부모(약 253만명)의 소득을 파악해야 하며 ▲소득 산정에 대한 이의 제기에 대응하고 부정 수급을 감시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약 500명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복지부 추산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동 수급 관련 행정 업무는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이뤄지는데, 시·군·구마다 한 명씩만 추가 고용해도 300여 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득 상위 10%'를 가르는 기준이 될 전체 2인 이상 가구의 소득을 파악하는 연구 용역에는 7000만~1억원 정도가 들 전망이다.
아동수당의 선별적 지급에 따른 전체 행정 비용은 연간 최대 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1년치 사업비가 온전히 들어가는 2019년 이후 예산(약 3조원)의 3% 규모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대다수 선별적 복지 사업은 전체 예산의 2~3% 정도가 행정 비용으로 쓰이는데, 아동수당은 비슷하거나 약간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예산 절감액(최대 10%)의 3분의 1 정도가 행정 비용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 상위 10%에 지급하지 않는 아동수당 지급 방식은 국가장학금 사업(하위 80%에 지급)과 가장 유사하다. 지난 2009년 한국장학재단이 신설돼 이 업무를 맡고 있지만, 여전히 해마다 소득 분위 산정 등에 대한 이의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아동수당의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복지부는 보고 있다.
이번 합의안이 소득·재산만 고려하고 지출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통계청 가계 동향 조사를 보면 3인 가구 기준 723만원, 4인 가구 887만원이 상위 10% 월 소득 경계다. 아직 구체적인 소득 산정 방식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상당수 대기업·전문직 맞벌이 부부는 지원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보통 맞벌이 부부는 외벌이 부부보다 양육 비용 등 지출이 1.5배 정도 많다"면서 "지출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소득만 기준으로 삼으면 정작 지원이 필요한 맞벌이 부부가 배제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