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짜리 아들을 초등학교에 보내는 영국의 한 엄마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Sleeping Beauty)’를 저학년 읽기 목록에서 제외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고,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23일 보도했다. 이 동화가 “성적(性的)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노스쉴드에 사는 40세 엄마 새러 홀의 주장은 이렇다. 마법에 걸려 잠에 빠진 공주를, 이웃나라 왕자가 공주의 허락도 안 받고 키스한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그릇된 성(性) 관념을 심어주고 성폭력까지도 부추길 수 있어서, 매우 무책임한 동화”라는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홀은 지역 신문 인터뷰에서 "이 동화가 초등학교 전 학년에서 제외될 필요는 없지만, 저학년 아동에겐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섯 살짜리 아들은 모든 걸 보고 배우고 따라 한다며 "이 동화는 (잘못된 성 관념에서 비롯한) 이런 행위가 사회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홀은 "이런 작은 것들이 쌓여서,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엄마는 이 동화책이 "초등학교 고학년에선 성적인 행동에 대한 '동의'라는 주제를 놓고 아이들이 토론하는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원래 16세기 이탈리아의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가 구전(口傳)동화를 수집해 쓴 ‘해와 달, 탈리아’에서 각색된 것으로, 원작에서는 사냥 나온 왕이 마법의 잠에 빠진 공주를 발견해 ‘성폭행’하고 공주는 이후 깨어나 왕과 사랑에 빠지고 쌍둥이도 낳는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은 대부분 ‘비판적’이었다. “그저 관심을 끌려는 것” “똑같이 왕자가 키스하는 ‘백설공주’ 얘기는 어떻게 할 거냐” “‘빨간 모자’ 동화에서 할머니를 잡아먹는 잔인한 늑대나, 오리가 백조로 변한다는 동화엔 차별적 요소가 없느냐? 차라리 동화책을 모두 없애버리자고 해라” “아들에게 굿나잇 키스는 서면 동의를 받고 하느냐” “이런 강박장애를 가진 엄마는 학교 출입을 막아야 한다”고 조롱했다.
하지만 일부는 동조했다. 한 네티즌은 "얼마 전에 주변에서 ‘사실적’이라며 추천해 읽은 책에선 신(神)이 잠든 처녀를 동의도 없이 덜컥 임신시켰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나오는 왕자보다도 더 심각한 범죄로, 이런 책은 금지돼 마땅하다”고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