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시간으로 정신없던 오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소설가 A. 한강 하구에서 철없는 철새 떼를 봤다더군요. "너무 궁금해. 저 녀석들은 혈연으로 묶였을까, 단순한 친소관계인가, 아니면 정치적 동지일까. 당신은 생태학자 B하고도 친하잖아. 한번 물어봐 줄 수 없을까."

투덜대며 B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소싯적 문청이었고, 지금도 문학을 사랑하는 B는 귀찮을 텐데도 친절한 대답을 돌려주더군요. "내 전공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녀석들은 혈연관계, 부모 자식이 중심입니다. 여기에 친소관계가 결합하고요. 돌아갈 때도 그 무리 그대로. 단, 재미있는 건 선두를 계속 바꿔준다는 거죠. 오랫동안 비행하려면 선두가 제일 피곤하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우리는 왜 구글이 아니라 사람에게 물어보는가. 혈연이든 친소든 정치적 동지든 간에, 사람의 육성과 몸짓에 대한 그리움이 먼저인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손이 머문 책이 드로잉 작가 김효찬의 '하나로 연결된 삶'(헤이북스 刊)입니다. 처음에는 지난 몇 년간 유행했던 컬러링북의 하나인 줄 알았습니다. 왜 있지 않습니까. 다양한 유형의 밑그림에 색깔을 채워넣는. 새로운 방식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도 인기를 크게 끌었다죠.

하지만 자세히 보니 조금 다르더군요. 제목이 암시하듯 이 드로잉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96쪽까지 끊어지지 않고 연결된 선입니다. 수평으로 그은 선 하나로 첫 두 쪽이 미약하게 시작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창대한 도시로 완성됩니다. 그 안에 담장과 그 아래 작은 풀꽃과 사람들의 숨결이 있죠. 끊어지지 않은 선의 세계입니다.

작가는 선 하나로 완성한 세계를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삶은 끊임없는 일상의 연속이며, 저마다의 삶은 끊어지지 않고 서로 연결된 하나의 선. 중요한 건 끊어진 곳에서 멈춰버리지 않고 다시 이어가는 것이다."

A의 산문 '도요새에게 바친다'에는 히말라야 상공의 돌개바람 때문에 비행 진로를 상실한 철새의 비행 편대가 화살 박히듯 만년설 속으로 박혀 죽는 풍경이 등장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실용주의자나 현실주의자가 보기에, 하나의 선으로 이은 책이나 얼어붙은 철새에 대한 호기심은 낭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종이책을, 문학을, 예술에 감사하는 이유는 실용 때문이 아니겠죠.

11월의 마지막 Books입니다. 오늘의 Books는 댄 브라운과 임지현 교수, 그리고 제국대학을 하나의 선으로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