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지난해 5월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고 호봉제로 환원하기로 했다. 코레일 노사는 지난해 연말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맞서 74일간 파업을 벌이면서 극한 대립을 빚었다. 그랬다가 성과연봉제 재검토를 내세운 새 정부가 들어서자 2014년 이후 채용자들에게 별도로 적용해 온 연봉제까지 슬그머니 호봉제로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근속 연수가 높아지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호봉제는 2010년 민간기업 46.3%가 채택했지만 지난해 21.7%로 줄어들었을 정도로 사라져가는 제도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높여 신규 채용을 방해하고 경쟁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민간에선 이미 박물관으로 가야 할 구시대 유물 취급을 받고 있는 제도를 부활시키는 역주행을 한 것이다.
코레일은 공기업으로 전환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만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철도청 시절의 오랜 독점 구조와 강성 노조 탓이다. 과거 코레일은 매년 수천억원씩 국민 세금을 지원받아 적자를 메꿔 왔으면서도 되레 수천억원 성과급 잔치를 벌이곤 했다. 최근 몇 년 반짝 흑자를 냈다가 올 1분기 다시 47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SRT 출범으로 독점 구조가 깨진 데다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늘어가는 게 원인이라고 한다. 코레일의 부채는 14조원이나 되고 부채 비율도 300%를 넘는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꿔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사리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걷어차는 걸 보면 성과급 잔치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일을 하든 않든 똑같은 보수를 주는 급여 체계를 개선해 국민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자는 취지로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이다. 지난해 상반기 공공기관 119곳이 도입을 마쳤지만 새 정부 이후 69곳이 폐기해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편하게 철밥통으로 지내고 적자 나면 국민 세금으로 메꾸면 된다는 풍조의 득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국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