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빛나는'(감독 가와세 나오미)은 따뜻한 빛으로 가득하다. '매직 아워'라 불리는 해 질 녘의 석양 속에서, 숲도 사람도 금빛으로 빛난다.

기둥 줄거리는 시력을 거의 잃어버린 중년 사진가와 초보 작가 여자가 서로에게 상처입히다 화해와 이해에 이르는 이야기. 이 단순한 바탕 위에 감독은 여러 겹 질문과 이야기를 쌓아 올린다. 서로 이해한다는 것, 추상적 예술을 말로 옮긴다는 것, 잡힐 듯 사라지는 아름다움의 무상(無常)함…. 질문의 무게에 비해 이야기와 영상은 부드럽고 감각적이다. 스물여섯에 장편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십 년 뒤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던 가와세 감독의 현재다. 그는 46세가 된 올해 이 영화로 칸에 7번째 초청돼 경쟁 부문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원제가 '히카리'(光·Radiance)인 이 영화, 세 가지 '빛'을 담고 있다.

“나카모리의 방으로 쏟아지는 석양. 온 방에 퍼진 무지갯빛 프리즘. 빛 위로 손을 드는 미사코. 미사코의 손바닥에도 프리즘이 비친다.” 우연히 사진가 나카모리의 집에 가게 된 미사코가 영화의 음성 해설을 쓰듯 방 안 풍경을 이야기할 때, 까칠하던 나카모리도 “괜찮네요”라고 말한다.

◇첫 번째 빛: 영화 속 영화의 제목

'미사코'(미사키 아야메)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화 음성 해설을 쓰는 초보 작가. 상상력이 작동할 여백을 남기면서 세부 설명도 빠뜨리지 않는 해설 쓰기가 쉬울 리 없다. 그의 악전고투 대상인 영화 속 영화 제목도 '히카리'다. 미사코가 쓴 해설을 여럿이 함께 검토하는 자리,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가 '나카모리'(나가세 마사토시)가 거칠게 부딪쳐 온다. "자기 주관을 그렇게 주입하면, 방해가 될 뿐이에요!" 볼 수 없는 사람을 영화와 연결하는 음성 해설 작가의 고민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이도록 표현해야 하는 예술가의 고뇌와 닮았다.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는 영화 속 독백이 울릴 때, 이 작품은 영화라는 매체 자체의 신비를 향해 보내는 감독의 러브레터가 된다.

◇두 번째 빛: 사진가의 잃어버린 시력

빛을 다루는 사진가였던 나카모리는 두려움에 묶여 있다. 마지막 남은 희미한 빛이 꺼지면, 자신이 존재할 이유도 함께 사라질 거라는 공포다. 그는 오래된 롤라이플렉스 클래식 카메라를 늘 갖고 다니며, 마지막 빛을 붙잡으려는 듯 사진을 찍고 필름을 장전한다. 카메라는 그에게 "지금은 멎어버렸지만, 여전히 내 심장"이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상처가 아물지 않은 미사코에게도 두려움이 있다. 엄마의 치매가 점점 심해지고, 결국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다.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두 사람은 험한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세 번째 빛: 함께 보는 석양

사람은 결국 과거를 딛고 서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타인을 향해 손을 내밀 때에야 고독의 감옥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사코는 말한다. "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석양을 뒤쫓는 게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하면 저 눈부신 빛을 만질 수 있을까 하며 뛰어갔어요. 태양이 산 너머로 잠길 때까지."

감독의 카메라는 두 사람 사이 감정의 진동을 모두 담으려는 듯 클로즈업으로 화면을 채운다. 미사코의 고향 마을, 산마루에 떨어지는 해 질 녘 가을 햇빛은 두 사람 사이를 이을 수 있을까. 상영 시간 101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