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이라고 하면 사회 구성원인 개인이 한 인간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정신과 태도다. 흔히 각 나라 사람들의 에티켓이나 도덕성 등을 보고 시민의식이 나쁘다, 혹은 좋다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대개 그 나라의 국민성과 개인적인 도덕 관념이 시민의식 수준에 많은 영향을 주는 편이며 이런 시민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국은 물론, 타국에서까지 남에게 폐를 끼치면서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경제력이 강한 잘 사는 나라라고 할지라도, 시민의식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하면 선진국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우리 사회는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고들 하지만, 살다 보면 '역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많다.

[OECD 20년 한국, 정말 '선진국'인가]

술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등산을 가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도를 넘은 '음주 등산' 문제는 가을만 되면 나오는 이야기다. 일부 상인과 등산객이 벌이는 술판은 자연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각종 공원이나 관광지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환경 오염 문제 등은 차치하더라도 산악 사고의 대부분이 음주로 인해 일어난다. 서울 소방재난본부 119 구조통계를 보면 지난 2014년부터 3년 동안 서울에서 이뤄진 산악구조활동은 모두 4645건이다. 시간대로 보면 하산 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6시에 65.9%가 집중됐는데, 이 안에는 '정상주(酒)'를 마신 후 내려오다 부상 당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지난 2010~2012년 국립공원에서 생긴 산악사고 1686건을 정밀 조사해보니 약 30%가 음주로 인한 사고였다고 밝힌 바 있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을철이 되면 음주 등산객도 함께 느는 추세지만, 이들을 제재할 법과 방안은 사실상 없다.

[문화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에티켓((etiquette)의 개념에 '페티켓'(펫(pet)과 에티켓(etiquette)을 합친 말) 이라는 말이 추가됐다. 최근 서울 유명 한식당 대표가 목줄을 안 한 이웃집 개에 물려 사망한 사건으로 페티켓 이슈가 크게 떠올랐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족 1000만 시대, 아직도 페티켓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반려동물 주인이 많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개에게 목줄을 하지 않고 나온 사람을 적발한 것이 지난해 3만8309건, 올해 2만8484건(9월 기준)이다. 실제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작년 55건, 올해 46건이다.

또한, 최근 버스 안에 테이크아웃 컵을 가지고 승차하는 승객들이 많아지면서 '커피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버스에서 커피 등의 음료를 들고 타는 사람들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어왔다. 서울시는 올해 11월 중순부터 모든 서울 시내버스에서 커피 등 음료 반입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방송을 실시한다고 했고, 대구시의 경우 이미 2015년부터 컵 뚜껑이 닫히지 않은 음료를 든 승객의 버스 승차를 금지한 상태다. 모든 대구 시내버스 1500여 대에 '음료수 반입 금지'를 의미하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연극을 관람할 때나 캄캄한 영화관에서 통화를 하거나 휴대전화 화면을 켜 불빛으로 다른 관람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폰딧불이'(폰(phone)과 반딧불이를 합친 말)라는 혐오 단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돌아다니는 어린아이를 방치하는 부모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해 나온 노키즈존(No kids zone)에 대한 찬반 문제 등 우리 사회는 에티켓과 관련한 수많은 열병을 거치는 중이다.

["에티켓은 집에 두고 오셨군요"]

2012년부터 작년까지 공무 집행 방해로 경찰에 입건된 사람은 7만2807명. 평균 36분마다 경찰과 소방관, 주차 단속원, 세금 징수원 등이 공무 수행 중 범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복을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공권력 남용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현장 공무원은 더 위축된다. 선량한 시민의 인권·권리 보호를 위해선 제복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공무집행방해죄로 경찰에 입건된 사람은 1만5313명.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짐작조차 어렵다. 공무집행방해죄를 엄하게 다루지 않는 것도 제복을 경시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외국의 시민의식은 어떨까. 사람들은 에티켓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문화가 일상화되어있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관련 처벌이 엄격하다.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 일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엔(약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독일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현재 한국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 형법 136조 1항) 하지만 실제 집행을 엄격하게 한다.

미국에선 물리적인 폭력만 폭행으로 간주하는 게 아니다. 체포에 불응해 팔을 휘두르거나, 차에서 내리지 않는 행위,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는 행위 등도 경찰에 대한 폭행으로 본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찰 폭행 형량은 최고 4년으로 우리나라보다 적지만, '삼진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두 번째엔 처음 형량의 두 배, 세 번째엔 최소 25년형, 최고 종신형이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시민의식이 부족해 보이는 각종 행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많이 늘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대형 행사 한번 치르고 나면 쓰레기가 수십 톤에 이른다는 기사가 어김없이 나오고, 관련 기사와 함께 '헬조선' '갑질' '맘충' 등 사회 혐오성 단어도 자주 보인다. 단기간에 성장해 나라 발전을 이뤘지만, 이에 비해 국민 수준은 못 미친다며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못따라간다'는 우스갯소리는 씁쓸하게 느껴진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를 버리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할 때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폭행까지…" 의료 최전방의 그들]

['희생'으로 사는 이들 마음의 불은 누가 꺼주나]

["인격 존중해주길" 사회를 깨끗하게 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