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제 1왕위계승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32) 왕세자의 왕위 계승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모하마드 왕세자의 즉위에 걸림돌이 될 왕자 11명과 전·현직 장관 수십명이 하루 만에 숙청됐다.

4일 사우디 국영 TV 등 현지 언론은 이날 구성된 반(反)부패위원회가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현지 뉴스 웹사이트는 이날 붙잡힌 인물 중에는 알 왈리드 빈탈랄 왕자도 있다고 전했다. 빈탈랄 왕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사촌으로 아랍권 최대 부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날 사우디 정부는 국가방위부 장관이 무타이브 빈압둘라에서 칼레드 빈아야프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무타이브 왕자는 전임 압둘라 국왕(2015년 1월 서거)의 아들로 왕위 계승 순서를 두고 모하마드 왕세자와 경쟁했던 인물이다. 모하마드 왕세자 측은 무타이브 장관을 숙청함으로써 정규군 뿐만 아니라 왕가를 보호하고 쿠데타를 막는 근위대인 국가방위군까지 자신들의 통제 아래에 두게 됐다.

이날 경제부 장관도 모하마드 왕세자 측 인사인 모하메드 알투와즈리 전 HSBC 중동 최고경영자(CEO)로 교체됐다.

살만 국왕은 이날 칙령을 발표해 반부패위원회에 압수수색, 계좌추적, 출국금지, 자산 동결, 체포영장 발부 등 강력한 사법 권한을 부여하면서 “공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혐의가 있거나 권력을 남용했다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살만 국왕은 모하마드 왕세자를 반부패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반부패위원회는 2009년 제다 홍수 사태와 최근 수년간 계속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임 압둘라 국왕 시절 국가의 주도권을 잡았던 세력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살만 국왕과 그의 이복형제들인 ‘수다이리 세븐’(초대 국왕의 부인 후사 알 수다이리의 아들 7명)은 왕실 핵심 세력으로서 압둘라 국왕 측 세력과 경쟁해왔다.

살만 국왕은 2015년 1월 즉위 직후 당시 무크린 왕세자가 부패하다는 이유로 퇴위시켰고, 올해 6월 모하마드 빈나예프 왕세자도 물러나게 했다. 2년 만에 왕세자를 2번 갈아치우고 친아들인 모하마드 왕자를 제 1왕위계승자 자리까지 올린 것이다.

올해로 82세인 살만 국왕의 뒤를 이어 모하마드 왕자가 30대의 젊은 나이에 왕위를 승계하려면 왕권에 위협이 될만한 요소를 원천봉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그간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카타르를 인정하지 않는 모하마드 왕세자의 외교노선과 국내 개혁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표적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6월 사우디가 전격적으로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한 것도 중동 지역 정상들 중에서 최연소가 될 모하마드 왕세자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자 외교노선을 걷는 카타르는 사우디가 중동 지역의 주도권을 행사하는데 있어 껄끄러운 장애물이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국유자산 민영화, 국가보조금 축소, 여성운전 허용 등 사우디 경제·사회 개혁 방안인 ‘비전 2030’을 주도하고 있지만 동시에 예멘 내전, 이란과의 갈등 고조 등 강경한 군사 정책을 펼쳐 비판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