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9일 개막하는 강원도 평창 동계 올림픽 성화(聖火)가 어제 한국에 도착했다. 성화는 오늘 제주에서 시작해 7500명의 주자들에 의해 100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지구촌 최대 축제를 알린다. 올림픽은 이제 시작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의 올림픽이다. 우리는 서울올림픽을 통해 전쟁과 가난의 이미지를 벗고 세계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이란 나라는 서울올림픽 이후 새로 태어났다는 평가가 지나친 것만은 아니었다. 동계 올림픽은 하계 올림픽과는 또 다르다. 동계 종목은 선진국에서 성행하는 스포츠이고 지금까지 동계 올림픽 개최국 모두가 선진국이었다. 한국이 이제 그 대열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된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지금 평창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저조함을 넘어 썰렁할 정도다. 지난 30일까지 입장권 판매율은 31.8%에 머물렀다. 107만 장 티켓 가운데 34만 매가량 팔렸을 뿐이다. 그나마 쇼트트랙 등 일부 인기 종목에만 쏠리고 있다.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입장권 판매가 고작 4%대에 머무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에 관심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10명 중 4명(39.9%) 정도였다.
1000일을 앞둔 2020 도쿄올림픽 기념 행사가 지난 주말 일본 곳곳에서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열린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장기 불황 20년'을 털어버리자"며 일본 정부와 기업·국민이 똘똘 뭉쳐 축제를 이뤘다고 한다. 일본은 경기(景氣)가 살아나면서 기업 후원금이 넘쳐나고 지자체들이 성화 봉송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경기 시설, 운영·안전 시스템, 숙박·교통 인프라 등 점검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개최국 국민들의 열정과 신바람이다. 이것이 부족했던 나라의 올림픽이 성공했던 예가 없다. 시설이 모자라고 운영에 미숙한 점이 있어도 개최국이 신바람으로 올림픽을 치르면 세계인이 감동했다. 평창올림픽은 시설 자체로는 지나치다고 할 만큼 훌륭하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경험이 많은 한국이 심각한 운영 미숙을 드러내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국민의 신바람, 흥이 없다.
이렇게 된 데엔 탄핵 사태 등 예상치 못한 정치·사회적인 사건이 큰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두 차례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바뀌고 정부와 강원도·조직위가 갈등과 혼선을 빚은 것도 국민 관심을 식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다. 올림픽은 이미 막이 올랐고, 이 올림픽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가 세 번이나 소망해서 유치한 우리의 올림픽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올림픽 성화가 가는 곳마다 지역 특색과 연계된 축제로 주민의 흥과 신명을 돋우고 이것들이 모여 올림픽을 향한 거대한 열정으로 불타도록 머리를 짜내야 한다. 정치권도 잠시라도 정쟁을 떠나 어떻게 하면 국민의 흥을 일깨워 올림픽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에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우리 국민은 한번 불이 붙으면 무섭게 타오른다. 누가 무엇으로 한국인의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느냐가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