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비도 아닌 진눈깨비. 아이도 어른도 아닌 소년. '진눈깨비 소년'은 그 불안정의 날씨에서 태어난 복합명사다. "편집팀에서 제안해준 제목이에요.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청춘의 흔들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예감이 왔죠." 웹툰 '진눈깨비 소년'의 만화가 쥬드 프라이데이(본명 현종욱·39·사진)가 말했다.

2014년부터 연재 중인 이 웹툰은 수채화 그림과 서정적 대사 덕에 큰 인기를 모으며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고등학교 미술부에서 처음 만난 우진과 해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청춘의 기후 변화. 미술을 지망했으나 영화에 빠지고 부모의 성화로 대기업에 취업해서도 끝내 영화를 놓지 않는 주인공 우진은 작가 본인의 투영이다. "홍익대 미대 친구였던 엄태화 감독 등과 어울리며 단편을 찍었어요. 2003년 영화 '청연' 미술팀에 들어갔고 이후 시나리오를 준비했죠." 1년 반 일하고 받은 돈이 250만원. "부모님께 '방세 좀 도와달라' 했더니 '취직하면 빌려주마' 하시더군요." 이듬해 방송국에 취직해 드라마 영상을 만들었다. 퇴근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5년이 흘렀다. 그러다 '네 시나리오는 만화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2011년 처음 만화를 그려 네이버 '도전만화'에 올렸다. 데뷔작 '길에서 만나다'였다. "영화 투자 못 받아 힘들어하는 인물 얘기였어요. 제 얘기죠." 남산 인근이나 후암동 같은 옛 골목을 자주 등장시켰다. "독자와 함께 방황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는 웹툰을 스케치북에 수채화로 그린다. "직장 다니면서 그리자니 채색할 시간이 없어서요. 넓은 면을 수채화로 채우면 빠르거든요." 두 번째 작품 '진눈깨비 소년'은 입시 미술처럼 하루 12시간씩 그린다. "지겹지가 않아요. 진짜 색연필과 붓을 잡고 그리니 공예 하는 기분이에요."

‘진눈깨비 소년’의 한 장면. 27일 만난 작가는 “미술학도 시절 절망 속에서도 끝내 붓을 놓지 않은 화가 반 고흐에게서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28일 다시 인도로 떠났다.

프로 작가가 된 2011년, 회사를 그만뒀다. 그해 9월 인도로 날아갔다. "원래 전 세계를 떠돌고 싶었어요. 그러다 인도가 너무 편해 주저앉았죠. 뉴델리를 배경으로 하는 웹툰도 기획 중이에요." 그의 웹툰은 인도에서 그리는 한국 풍경인 것이다. "물리적인 거리감 덕에 담담하게 그리게 돼요. 멀리 있으니 주로 직접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려요. 이번에 단행본 출간차 귀국한 김에 종로부터 강남까지 서울 출사(出寫) 다녀왔어요."

1년째 매주 '굿리스너'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자의 사연을 받아 매주 웹툰 말미에 한 컷 그림을 남기는 작업도 하고 있다. "누구나 머뭇거리고 헤매고 있다는 동감(同感)을 전하고 싶어요." 연재는 내년쯤 마무리될 예정이나, 주인공의 운명은 여전히 미완일 것이다. "진눈깨비지만, 소년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선택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