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당이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지역에서 듣는 얘기들 속엔 이 나라와 사회가 처한 현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안팎의 위기 속에 민심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맞은 이번 추석이 특히 그랬다. 여야 의원들이 전한 민심을 종합해보면 '나라 안위가 걱정된다', '먹고살기가 힘들어진다' 이 두 가지였다. 침체돼 있기로는 3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맞은 추석과 비교할 만했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한다. '안보·경제 복합 위기'를 국민들도 그대로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열흘 동안 전해진 국내외 뉴스는 대부분 무거운 내용이었다. 오늘은 북의 노동당 창건일이다. 북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제는 노동당 전원회의라는 것을 열어 '핵무장 계속'과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주민이 굶어 죽더라도 핵폭탄을 껴안고 장기전으로 끝까지 가겠다는 뜻이다. 미국에선 대북 군사·외교 양면의 압박이 점점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달 중순 한·미 해군 연합훈련에 맞춰 2개의 항모 전단이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카터 전 대통령이 북을 방문하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그런 정도로 해결될 국면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국민들도 이미 알고 있다.
전쟁이 나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김정은이 핵과 ICBM을 공인받는 것도 전쟁과 마찬가지로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모두가 이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고 타성적인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속 불안과 걱정까지 없어질 리가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곧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를 방문할 예정이라 한다. 김 부총리는 한 달 전에도 그들을 찾아갔었다. 얼마 전 국가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경고음이 울렸을 때 '걱정 없다'고 했던 그였다. 그런 김 부총리가 신용평가사를 또 찾아가는 것은 무언가 우리 신용등급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북핵 리스크가 공식화된다. 이것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등을 따질 때가 아니다. 미국발 통상 압박과 북핵 리스크, 중국의 사드 보복이 삼각 경제 파도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1~2년 전부터 전문가들이 예고해온 '안보·경제 복합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적폐 청산을 제대로 해달라는 것이 추석 민심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 민주당 의원은 방송에 나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는 보름달, 평가는 초승달"이라고 했다. 아직 기대는 유지되고 있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누구 얘기가 옳은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느덧 취임 5개월을 지났다. 이제는 과거 탓을 할 수도 없다. 대통령과 민주당은 '평가는 초승달'이라는 내부 쓴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여야가 과거를 놓고 다투더라도 국가 위기를 넘어선 다음에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제 실적으로 보여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했으면 한다.
입력 2017.10.1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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