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해자 중 한 명이 경찰 딸이라며?"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던 지난 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에는 가해자 중 한 명이 경찰 고위 간부의 딸이라는 정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10대들 사이에선 "아빠가 경찰이라 믿는 구석이 있었다" 등 날 선 댓글이 이어졌다. 이후 심각성을 깨달은 경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소문은 계속해서 확대·재생산됐다.

#2 "생리대 태워보면 독성 유무 알 수 있대."

최근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일자 SNS에선 생리대를 태울 때 나는 연기로 유해물질을 확인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해로운 화학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탄다는 것. 많은 전문가가 "연기만으로 독성 유무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 소문은 SNS상에서 사실인 양 빠르게 확산됐다. 관련 글마다 생리대에 불을 붙여보자는 청소년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온라인상에서 거짓 정보나 근거 없는 글 등이 쏟아지는 가운데, 인터넷과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청소년 사이에서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믿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성인보다 정보의 사실 여부를 따져 묻는 분별력이 약한 10대들이 미디어 속 정보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여과 없이 수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 3 송수진(가명·15)양은 "등하굣길 등 자투리 시간에 주로 페이스북에서 기사와 정보를 접한다"며 "'좋아요'나 공감 수가 많고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린 게시글일수록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댓글'로 정보 신뢰성 판단하기도

청소년들은 SNS 정보를 신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댓글'을 꼽는다. 특히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은 일명 '베스트 댓글'을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는 주된 근거로 삼는다. 고 1 이주성(가명·16)군은 "SNS 댓글은 작성자를 대략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내용도 자극적이고 직설적이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며 "댓글이 많을수록 '사회적으로 관심 많은 일이구나'란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호기심이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청소년 기자 5명 등 중·고교생 8명을 심층 인터뷰해 발표한 '가짜뉴스와 청소년: 청소년은 뉴스를 어떻게 경험하는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주로 SNS를 통해 최신 기사를 접한다"며 "기사 본문을 읽기 전 다른 사용자들이 남긴 댓글을 먼저 확인한다"고 대답했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심층 인터뷰 결과, 학년이 높아질수록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울러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한 10대들에게는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이 뉴스 신뢰도와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진위를 가늠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 "비판적 독해 능력 키워야"

이에 따라 청소년에게 비판적인 사고로 정보의 품질을 판단하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단순한 정보 검색 능력을 넘어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분별 있게 활용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미 선진국이나 미디어 관련 국제기구 등에선 21세기 미래 핵심 역량으로 꼽히고 있다.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IT와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정보와 지식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됐지만, 그에 따라 '정보 왜곡' '가짜뉴스 범람' 등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며 "자신에게 필요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부터 도입된 2015 개정 교육과정 하에서는 교과서만으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해 문제를 해결해보는 형태로 진행되는 수업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러한 교육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미디어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비판적 독해 능력'이다. 양 연구위원은 "일상에서도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와 콘텐츠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정보라면,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검색해 비교하면서 읽거나 타인에게 질문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해당 내용의 진위를 확인해 보라는 얘기다. "작은 의심도 쉬이 넘기지 않고 여러 각도로 살펴 보면서 정보 진위를 확인해 가는 과정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입니다. 자료 출처를 확인하거나 관련 기사를 장기적으로 추적해 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이때 교사와 학부모가 나서서 고품질의 뉴스를 자주 접하게 도와준다면, 기사 분별력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은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보를 접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오랜 시간 반복해야 이를 내재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핀란드·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하는 청소년 교육에 힘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공교육 내에서 구체적인 미디어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 연구위원은 "미디어 리터러시는 시간을 들여 교육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